-온라인 파워에 오프라인 공급자 뭉쳐

일반적인 플랫폼 기반의 모빌리티 사업은 '이용자-중개사업자(앱)-서비스 공급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앱 기반의 중개사업자는 이용자를 모아 막강한 구매 파워를 형성한 뒤 실제 오프라인 서비스 공급자를 연결하는 일종의 유통사업자다. 물론 일반적인 개념에서 '유통(流通)'은 실제 존재하는 상품 흐름을 의미하지만 '서비스'는 물건으로 존재하지 않아도 유통대상이 된 지 오래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분야가 '이동(Mobility)'이다. 그리고 여러 다양한 이동 서비스 중에 상징적인 항목이 제3자의 운전 노동에 따라 자동차로 이동하는 '택시(TAXI)'가 꼽힌다. 그리고 택시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그간 이용자는 거리에서 손을 흔들거나(hailing) 전화를 걸었고 택시 운전자는 이들을 찾아다니는 방식이 활용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호출' 영역에 IT가 들어왔다. 덕분에 이용자는 더 이상 손을 흔들지 않아도, 전화를 걸지 않아도 된다. 나아가 택시 운전자 또한 이용자를 찾아 헤맬 필요가 줄면서 연료비 절감은 물론 운전의 피로감도 덜어냈다. 이용자가 이동을 원할 때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중개사업자가 실제 오프라인 서비스 공급자인 택시를 찾아 연결해준 덕분이다.

그런데 IT 기반의 앱은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를 연결하면서 비용 부담을 발생시키기 마련이다. 이용자와 공급자를 중개해주니 일종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 경우 수수료는 이용자 및 서비스 제공자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부과되는 게 기본이다. IT 기업 또한 연결을 무료로 해줄 수 없는 탓이다. 게다가 연결에 따른 수수료는 이미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잡은 사업 영역이다. 이 과정에서 수요와 공급의 매우 기본적인 경제 논리가 적용된다. 서비스 공급자가 많으면 수수료는 공급자 부담으로 향하는 반면 수요가 많으면 이용자로 쉽게 옮겨 간다. 앱 중개사업자는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사이에서 필요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면 그만이다.
[하이빔]카카오T에 맞서 세력 넓히는 택시업계

하지만 서비스 공급자가 한정돼 있다면, 그리고 공급자의 가격 인상권마저 막혀 있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중개사업자는 소비자들의 이용 가격에 수수료를 녹여내고 늘어난 부담을 공급자가 가격에 반영하도록 유도하지만 택시는 가격 결정권이 자치단체에 있어 고민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공급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되 이들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이용자를 집중 연결하는 방식인데 최근 카카오T가 도입한 '프로멤버십'이 대표적이다. 택시사업자가 원하는 목적지를 집중 호출하되 그에 따른 대가를 택시사업자로부터 받는다.

그런데 카카오T가 멤버십으로 포장된(?) 수수료를 취하자 공급자 스스로 뭉치는 현상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택시사업자는 스스로 가격을 올릴 수 없는 현실에 따라 차라리 수수료 없는 자체 중개 플랫폼을 갖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등장한 광주광역시의 '리본택시'를 포함해 얼마 전 수원시가 도입한 택시 공공호출앱 '수원e택시' 등이 사례로 꼽힌다.

그럼에도 택시업계가 인구 절반이 가입한 카카오T에 맞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각 자치단체 호출앱의 근간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호출앱 디자인만 다를 뿐 실제 소프트웨어를 제공한 기업은 택시업계가 주주로 참여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당 기업은 요금 결정권을 가진 자치단체 및 지역 택시사업자와 협업하며 호출 영역을 확장했고 조만간 수도권에도 등장할 전망이다. 이 경우 특정 지역의 호출앱이 다른 지역의 택시 사업자와 연결돼 편리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수원e택시 앱 이용자가 광주광역시에서 해당 앱을 이용해 택시를 호출하면 광주광역시의 리본택시가 이를 수신해 이동시켜 주는 일종의 지역 로밍이 가능해서다. 이 과정을 통해 지역 호출앱 사용자가 늘어나면 택시 공급자는 더이상 카카오T 등의 호출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호출앱을 운영할 수 있어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한정된 공급이 힘을 합쳐 카카오T에 맞선다는 의지다. 그럼에도 카카오T의 높은 벽을 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이미 광주, 제주, 충북, 경북 등에서 리본택시가 활발히 운행되는 점을 보면 구매 파워를 한정된 공급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높아 주목된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