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자동차 정유 등 국내 제조업체들이 올해부터 강화된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 비상이 걸렸다. 각 기업에 배정된 탄소배출 무상 할당량이 줄면서 비싼 가격에 지금보다 더 많은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매출 기준 상위 30개 기업은 지난해 4353억원의 온실가스 배출부채를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전년(2456억원) 대비 77.2% 늘었다. 정부는 201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서 각 기업에 탄소배출 할당량을 지정했다. 이를 초과해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배출부채다.

기업 중에선 현대제철의 배출부채가 157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영업이익(73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이어 △기아(1520억원) △포스코(786억원) △삼성전자(318억원) 등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는 한층 강화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서 배출부채를 추가로 반영하는 기업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부터는 기업이 시장에서 의무 구매해야 하는 유상할당 비중이 3%에서 10%로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난 데다 경기 회복으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탄소 배출도 증가할 전망이다. 배출권 수요가 급증하면서 현재 t당 1만8000원대인 탄소배출권 가격이 연내 최소 3만원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경제계 관계자는 “배출권 거래제 강화로 기업의 재무 부담이 한층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