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차기 위원장에 양경수 후보가 선출됐다. 윤택근 신임 수석부위원장(왼쪽부터), 양 위원장, 전종덕 사무총장이 24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당선증을 받은 뒤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차기 위원장에 양경수 후보가 선출됐다. 윤택근 신임 수석부위원장(왼쪽부터), 양 위원장, 전종덕 사무총장이 24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당선증을 받은 뒤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차기 위원장으로 비정규직 출신의 ‘강경파’ 양경수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 기간 내내 사회적 대화보다 강력한 투쟁을 강조한 후보로, 가뜩이나 강경한 민주노총의 투쟁 성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정권 말기 노정관계는 물론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있는 기업의 노사관계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노총은 24일 직선 3기 임원 선거 결선투표에서 기호 3번 양경수 후보가 55.7%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상대였던 김상구 후보는 전임 집행부의 사회적 대화 기조 유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44.3% 지지만 얻어 낙선했다. 결선 투표에는 총선거인 95만505명 중 53만1158명(55.9%)이 참여했다. 새 위원장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023년 말까지 3년이다.

양 당선인은 역대 민주노총 위원장 중 첫 비정규직 출신이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 출신으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을 맡고 있다. 2015년에는 23일간 단식하고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363일간의 고공투쟁을 지휘하기도 했다.

이번 민주노총 선거는 ‘대화파’와 ‘투쟁파’의 대결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를 강조한 후보가 낙선하면서 민주노총은 또다시 대화보다는 투쟁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명환 전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 참여를 시도했다가 조직 내 강경파 반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퇴하면서 차기 위원장은 투쟁 성향 후보의 당선이 점쳐지기도 했다. 양 당선인은 지난 7월 김 전 위원장을 낙마시킨 민주노총 내 최대 정파인 전국회의의 지지를 받았다.

양 당선인은 당선이 결정되자마자 총파업을 거론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사상 처음으로 제1 노총이 준비된 총파업을 조직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11월 총파업은 역사의 한 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기업을 향해서도 “정권과 자본은 낯선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의 관행과 제도, 기억은 모두 잊기를 경고한다”고 말했다. 양 당선인은 선거기간 내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특수고용·간접고용 종사자도 근로자 인정(노조할 권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이른바 ‘전태일 3법’ 쟁취를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 내년 11월 3일을 총파업 날짜로 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전과 다른 파업 동력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민주노총은 해마다 한두 차례 ‘총파업’을 내걸고 파업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조합원의 1~3% 정도만 참여해 노동계 안팎에서 ‘뻥파업’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또 50%대의 낮은 투표 참여율과 결과가 어느 한쪽의 압승이 아니라 55 대 45 구도였다는 점도 파업 동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부정행위로 민주노총 선거관리위원회 경고를 받은 것을 놓고 선거 자체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낙선한 김 후보는 결선 투표 결과에 대한 입장문에서 “절반 가까운 조합원들의 무관심, 선거 기간 드러난 과도한 흑색선전과 비방, 조직적 부정선거 등 공정선거를 훼손하는 규정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엄정한 평가와 함께 개선 방안이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