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종전에서 우승하며 2년 연속 상금왕에 등극했다. 올시즌 LPGA 투어에 4경기만 출전하고 거둔 쾌거다.

고진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적어내며 공동 2위 그룹을 5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LPGA투어 통산 7승째. 시즌 최종전을 제패한 고진영은 한 해의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CME 글로브 레이스 챔피언에도 등극했다.

고진영은 우승 상금 110만달러(약 12억원)를 챙겨 시즌 상금 166만7925달러를 획득,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올 시즌 열린 18개 대회 중 4개 대회만 출전했다. 고진영은 코로나19로 시즌 초반 한국에 머물다가 시즌 막판 미국행을 결심했다.

이날 선두에 한 타 뒤진 2위로 라운드를 시작한 고진영은 견고하게 게임을 풀어갔다. 1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은 출발은 한 고진영은 6번홀(파5)에서도 한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다. 9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김세영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 승부처는 11번 홀(파4). 김세영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크게 치우쳤고, 고진영의 티샷 역시 벙커로 향하며 나란히 위기를 맞았다. 김세영의 약 6m 거리 파 퍼트가 왼쪽으로 빠지면서 타수를 잃은 반면, 고진영은 4m 정도 파 퍼트를 넣으며 1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왔다.

고진영은 신들린 아이언샷을 앞세워 더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12번홀(파3)에서 7번 아이언 티샷으로 공을 홀에 약 2m 남짓 거리로 보내며 타수를 줄였고, 13번홀(파4)과 14번 홀(파5)에서도 약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어 3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고진영이 3타차 선두로 치고 나가자 김세영은 무너졌다. 15번홀(파4)에서 김세영의 티샷이 또 오른쪽 카트 도로까지 밀리면서 1타를 잃었고, 둘의 간격이 4타 차가 되면서 승부의 추는 고진영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고진영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우승을 자축하는 버디를 넣고 5타 차 완승을 마무리했다.

LPGA투어 올해의 선수는 준우승을 차지한 김세영(27)에게 돌아갔다. 김세영은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 12점을 얻어 이 대회 전까지 1위에 있던 박인비(32)를 6점차로 따돌렸다. 이 대회 전까진 상금과 올해의 선수 부문 1위였던 박인비는 2언더파 286타, 공동 35위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최저 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어 트로피는 대니엘 강(미국)에게 돌아갔다. 김세영은 최저 타수를 기록하고도 규정 라운드 수를 채우지 못해 아쉽게 2관왕에 실패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33개 대회가 예정됐으나 18개 대회만 치러 별도의 신인왕을 선정하지 않았다.올해 출전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2021시즌에도 그대로 시드를 유지한다.

이 대회를 끝으로 약 한 달간 휴식기에 들어가는 LPGA 투어는 2021년 1월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 부에나비스타에서 막을 올리는 다이아몬드 리조트 챔피언스 토너먼트로 2021시즌의 문을 연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