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3%' 의결권 제한으로 대주주 영향력 증가? [팩트체크]
"'합산 3%'가 아닌 '개별 3%' 의결권 제한으로 대주주 영향력이 크게 증가한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가 8일 내놓은 논평의 핵심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일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그대로 두되, 선출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각각 3%씩 인정하기로 한 데 대한 비판이다.

애초 정부안은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고, 이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모두 합산해 3%로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최대주주 1명과 특수관계인 4명이 각각 5%씩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 이를 모두 더한 의결권 25% 중 3%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대주주가 자기 입맛에 맞는 감사위원을 선출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정부안대로면 외국계 투기자본이 3%씩 의결권을 모아 국내 기업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심는 것도 가능하다. 기업 경영 전략이 통째로 외국 자본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계의 호소가 이어지자 민주당은 마지못해 '합산 3%'를 '개별 3%'로 바꾸기로 했다. 예를 들어 최대주주 1명과 특수관계인 4명이 각각 5%씩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 각각 3%씩 총 15%까지 인정해주겠다는 의미다.

경제개혁연대의 지적은 여기서 시작된다. 대주주 의결권 제한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 기준 주요 상장사를 대상으로 '합산 3%' 방식과 '개별 3%' 방식에 따른 대주주 의결권 제한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경제개혁연대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의결권 비중은 21.21%다. '합산 3%' 시 의결권은 3%로 제한되지만, '개별 3%' 적용 땐 12.52%로 늘어난다. 현대모비스, 삼성물산, SK, 삼성SDS, LG, 고려아연, 현대글로비스 등도 마찬가지다. '합산 3% 땐' 모두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개별 3%' 땐 의결권이 늘어난다. 회사별로 적게는 약 9%로, 많게는 약 26%로 증가한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는 "독립적 감사위원 선임을 어렵게 한다"며 "사실상 의결권 제한의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주장했다.

의결권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 투기세력이 국내 회사 이사회에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대부분 상장사의 경우 대주주 의결권을 개별 3%씩 인정하더라도 외국인 지분을 합친 것보다 적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9월 말 기준으로 외국 기관투자자 의결권(최대 3%로 제한)을 모으면 27.6%에 달한다. '개별 3%' 인정에 따른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의결권의 두 배가 넘는다. SK하이닉스, LG화학, 셀트리온, 현대자동차, 삼성SDI, 카카오, LG생활건강 등 주요 상장사 모두 '개별 3%' 인정에 따른 대주주 의결권보다 외국 기관투자자 의결권이 더 많다.

결국 '합산 3%'나 '개별 3%'나 외국 투기세력이 국내 기업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감사위원을 따로 뽑고,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시만단체 분석은 반쪽짜리 분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앞서 이스라엘과 이탈리아는 일부 이사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을 사실상 0%로 제한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러나 이들 나라 법에 그런 조항은 없다는 게 학자들의 분석이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