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23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23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여러분, 카이스트(KAIST)에서 배운 도전 정신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로호가 우주로 비상했듯 여러분 모두 미래를 향해 비상하기를 기원합니다."
-이수영 회장 카이스트 명예박사 학위 수락 연설문 중

평생 모은 766억 원을 기부한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83)이 화제다.

이 회장은 지난달 30일 tvN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기부를 결심한 배경을 전했다. 어떻게 이렇게 큰 금액을 기부할 생각을 하셨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여러 분도 아껴쓰고 저축하면서 살면 된다. 간단하다"고 말했다.

특히 카이스트에 기부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선 "서남표 카이스트 전 총장이 '우리나라에 과학자의 필요성, 과학 발전과 국력'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내 마음을 흔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내가 일제 강점기를 지낸 사람이다. 그때 감정이 아직 남아있다"며 "일본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왔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안 나왔다. 카이스트를 키우는 게 곧 국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또 한번의 기부 계획도 밝혔다. 그는 "앞으로 좀 더 살아야 하니까 그럼 돈이 모아질 것 아니냐"며 "아직 정리되지 않은 돈도 있다. 기부 하고 나서 정말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23일 카이스트에 676억 원을 기부했다. 지난 2012년(80억여 원)과 2016년(10억여 원) 미국 부동산을 유증한 것에 이은 세 번째 기부다. 총 기부액은 카이스트 개교 이래 최고액인 766억 원이다.

그는 1936년 서울 출생으로 4남 4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경기여중과 경기여고를 나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63년부터 서울신문·현대경제일보(現 한국경제신문)·서울경제 등에서 기자 생활을 거쳤다.

그는 기자 시절 안양에 당시 10원 정도 하는 땅 5000평을 사, 돼지 두 마리와 암컷 한우 세 마리로 목장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말농장 정도였다. 하지만 1971년 세운 광원목장은 10년 새 돼지 1000마리와 젖소 10마리로 불어났다.

이 회장은 신군부 언론탄압 시기인 1980년 서울경제신문에서 해직됐다. 17년간의 기자생활을 마치고 그는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소와 모래를 팔면서 큰돈을 벌기 시작한 그는 모았던 돈으로 1988년 여의도백화점 5층을 인수하며 부동산 전문기업 광원산업을 창업했다. 그는 부동산 사업가로서 성공가도를 달리며 현재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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