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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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규모인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사실상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단독으로 처리된 건데요. 단 5일간의 졸속 심사를 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습니다.

3차 추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해 편성됐습니다. 특히 경제 위기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를 위한 한국판 뉴딜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여당의 고질적인 반(反) 대기업 정서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1~2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요청한 '으뜸효율(고효율) 가전제품 환급' 사업에 대한 심사가 있었습니다. 산업부는 고효율 1등급 가전제품을 사면 구매금액의 10%를 환급해주기 위해 예산 3000억원을 이번 추경 때 요청했습니다. 내수 진작과 온실가스 감축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산업부의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전액 감액'과 '일부 감액'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이 사업이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에 혜택을 몰아주는 것이란 논리였습니다.

김원이 의원은 "대기업에 대한 특혜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며 "중소기업에서 만들어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가전제품)은 좀 살려 보더라도 대기업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상품들에 대해서는 이 혜택에서 제외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위성곤 의원은 "3000억이니까 3조의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다른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이런 부분에 이 정도로 우리가 (시장을)열어 주고 있는가 한 번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전체 11개 품목 중에 5개 품목은 중소·중견기업 주 생산 품목"이라며 "6개 품목은 대기업이 주로 생산한 품목인데, 그 품목에 들어가는 제품 구성의 63% 이상 부품이 중소·중견기업들이 생산하는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대기업이 판다고 해서 모든 이익을 대기업이 독식하는 게 아니라 하청업체인 중소·중견기업도 혜택을 받는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런 사실에 기반을 둔 산업부의 주장은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산업부가 요청한 예산의 절반이 깎였습니다.

코로나19 위기가 대기업만 피해갈 리가 없습니다. 대기업이 쓰러지면 중견·중소기업은 더 큰 영향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도 여당 의원들은 '대기업 대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혀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의 반(反)대기업 정서는 변하지 않나 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