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업무 중복·눈치성 야근…성과 떨어뜨리는 '바쁨의 함정'
야근과 잔업, 이어지는 휴일근무. 한국인은 1년에 1993시간(2018년 기준) 일한다. 일하는 시간만 따지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북유럽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동시간당 국내총생산(GDP)은 35달러, 노르웨이는 85달러다. 교육수준 때문일까. 오히려 반대다. 한국 성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49%(2018년 기준)로 노르웨이(43%)를 앞질렀다. 일하는 시간은 긴데 성과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원인은 뭘까.

LG경제연구원에서 인사관리 전문가로 일해온 강승훈은 저서 《이제부터 일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에서 “노동시간을 늘려 성과를 내는 것은 ‘옛날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21세기는 지식노동의 생산성을 높여야 경제 성장이 이뤄진다”며 “성실하게 오래 일하는 ‘농업적 근면성’은 육체노동이 필요했던 20세기에 통용됐던 논리”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과를 내려면 ‘얼마나’ 일해야 하는지를 묻지 말고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주목하라는 주장이다. 기업들은 업무 효율화와 업무 혁신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펼쳐 왔다. 하지만 성과는 높지 않았다. 저자는 그 이유로 ‘바쁨의 함정’이란 이론을 제시한다. 그는 “2010년에 수행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바쁠수록 ‘나는 쓸모가 있다’고 만족을 느낀다”며 “우리도 마찬가지다. 성과보다 ‘얼마나 바빴나’를 먼저 내세우다 보니 노동시간은 늘고 생산성은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함정을 벗어나 효율성을 높이려면 네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키워드는 목표, 정렬, 의미, 진화다. 부서장은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모호하면 생산성만 떨어진다. 부서장부터 말단 사원까지 업무를 정확히 나눠줘야 한다. 겹치거나 빈틈이 생겨선 안 된다. 부서원들에겐 일의 의미를 찾아 줘야 한다. 개인의 성장, 조직에 대한 기여 등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론 현재 일하는 방식이 늘 ‘최선’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가장 중요한 게 있다. 옛날 방식에 도전하는 시도다. 저자는 “현재 일하는 방식은 모두 과거에 누군가가 주변 사람의 비난을 감수하고 시도했던 것”이라며 “현실에 안주하면 우린 발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