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란 정부의 영업 금지령이 내려지자 테헤란 북부 타즈리시 시장에서 입점 상가가 모두 철수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란 정부의 영업 금지령이 내려지자 테헤란 북부 타즈리시 시장에서 입점 상가가 모두 철수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시달리는 이란이 한국 정부에 석유수출대금 반환을 요구했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한국은 이란의 자산을 오랫동안 동결할 권리가 없다"면서 "정부는 중앙은행과 함께 우리의 돈을 되찾기 위해 모든 법적, 정치적, 외교적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무사비 대변인은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압박에 맹종해 우리가 우리의 자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면서 "다른 나라(미국)에 복종하기로 한 나라(한국)의 그런 결정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이란과 한국은 정부, 기업간 관계가 좋았다"며 "한국은 반세기 동안 이어진 양국의 우호를 훼손하지 않도록 재고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란 정부가 '반환'을 요구하는 돈은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예치된 이란의 석유수출대금이다. 액수는 약 70억 달러(약 8조4000억원)다.

한국과 이란은 2010년 미국 정부의 승인 아래 이들 두 은행에 이란중앙은행이 개설한 원화결제계좌로 교역할 수 있었다. 이란에서 원유, 초경질유(가스콘덴세이트)를 수입한 한국 정유·석유화학 회사가 이들 은행에 개설된 계좌에 대금을 원화로 입금하고, 이란에 수출하는 한국기업이 수출대금을 이 계좌에서 찾아가는 상계 방식으로 운용됐다. 외화 흐름은 한국에서 차단하면서도 양국이 교역은 할 수 있는 제재 우회 통로였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미국 정부가 이란중앙은행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서 국제테러지원조직(SDGT)으로 제재 수준을 올리면서 한국의 두 은행은 이 계좌의 운용을 중단했다. 이란과 거래에 참여했다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약품 등 인도적 물품 수입에는 이 자금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30일에도 유전병의 일종인 고셰병 치료제 애브서틴 50만 달러어치가 이 자금을 활용해 한국에서 이란으로 수출됐다.

이란 정부와 중앙은행은 석유수출대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도 이날 주간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조속히 우리 자산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앞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도 같은 요구를 했다.

이란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원유 수출 제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외화가 부족해진 탓으로 풀이된다. 해외에 동결된 자국 자산을 회수해 경제난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는 의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