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세 번째 구속 갈림길서 '침묵'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10시 1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불법합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 있나",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원 부장판사는 이날 이 부회장 외에도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 필요성도 심리했다.

이 부회장이 받은 영장실질심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첫 구속영장은 2017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같은해 2월 특검이 재청구한 구속영장은 발부됐다.

짙은 남색의 정장을 입고 법원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최 부회장과 김 사장도 "이 부회장에게 사전보고 했느냐",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 등이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자 플래카드를 든 시민들이 이 부회장의 이름을 연신 외쳐대기도 했다. 이 부회장과 변호인단은 오후 1시부터 약 한 시간 동안 도시락과 샌드위치로 법정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점심시간 전후로 관련 수사를 맡고 있는 이복현 부장검사와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인 한승 전 법원장 등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분식회계와 주가조작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삼성 측은 "시세 조종은 결코 없었다"며 "주가 방어는 모든 회사가 회사의 가치를 위해 당연히 진행하는 것이고 불법적인 시도는 전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