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인사할 시간도 없습니다. 집코노미TV입니다. 오늘은 강은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님과 함께 경매시장 분위기 진단 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경제위기를 말하는 시대잖아요. 경기와 부동산 경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예요. 돌이켜 봤을 때 과거 경제위기 때 경매시장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먼저 짚고 넘어가봐야 할 것 같아요.

▷강은현 교수
경매물건은 IMF 당시엔 약 40만~50만건 정도, 금융위기 때는 20만~30만건가량의 물건이 해마다 경매시장에 나왔습니다. 현재 경매시장은 연간 10만대 중반, 약 14만~15만건입니다. 만약 위기가 도래한다면 지금보단 경매물건이 급증할 게 예상됩니다.
▶전형진 기자
그렇다면 만약 금융위기 때처럼 20만건 수준으로 증가한다면 코로나로 인한 경기위기 때문에 증가했다고 인과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을까요?

▷강은현 교수
네,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매물건이 연간 20만건에서 10만건으로 내려온 시점이 2014~2015년이었습니다. 정확히는 2015년부터 10만건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이게 다시 20만건 이상 증가한다는 건 그동안 경제 운용 등을 감안했을 때 코로나 위기가 결정적 계기였다, 요인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전형진 기자
반대로 봤을 때는 경매물건이 감소하는 시기, 예를 들어 20만건으로 증가했다가 다음해 10만건으로 줄어든다면 위기를 극복했다고 보고 진입할 수 있단 계산이 나올 수 있겠네요?

▷강은현 교수
반대해석으론 가능하고요. 조금 더 신뢰도를 더한다면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 수준)도 같이 보면 좋겠습니다. 위기 당시 낙찰가율이 60% 중반대를 횡보했거든요. 그런데 위기를 극복하면 70% 초중반대를 유지했기 때문에 경매물건수 증감과 더불어 낙찰가율의 상하락을 감안하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상승 초입에 진입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전형진 기자
올해와 작년으로 보면 낙찰가율이 전국 기준 어느 정도나 되나요?

▷강은현 교수
지난해 기준으로 약 71% 내외였습니다.

▶전형진 기자
경매는 부동산시장의 선행지표라는 말도 있잖아요. 최근 법원이 휴정해서 상황을 완벽하게 전달하기 힘들겠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경매시장 흐름은 어땠나요?'

▷강은현 교수
약 1개월 정도 경매법정이 쉬어서 통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긴 하지만 전체적인 추세선은 전년 동기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2~3월은 완만하지만 우하향하고 있어요. 이건 올해의 특이한 사항은 아니고 지난해에도 유사한 패턴을 그렸습니다. 단, 제가 보기엔 4월이 진검승부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봐요. 전통적으로 4월엔 연초부터 이어진 하강세가 멈추고 상승세로 반전하는 시점이었거든요. 그런데 만약 올해 4월 상승의 기류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부동산경기) 하강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해석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형진 기자
비교를 하려면 일단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요. 올해 1~3월을 봤을 때 전국 기준 낙찰가율과 서울 기준으로 보면 어느 정도일까요? 앞으로 이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지를 봐야 하니까요.

▷강은현 교수
지난해 서울 기준 아파트, 특히 강남권의 경우엔 90% 중후반, 거의 100%에 근접했거든요. 강남은 사례가 많지 않아서 통계적으론 다소 신뢰도는 떨어지는데요. 만약 이게 90% 초중반대로 밀리고, 전국 기준은 71.1%였는데 만약 이게 69%대로 진입을 한다면 저는 본격적인 조정 국면으로 돌입했다고 이해해도 된다고 봅니다.
▶전형진 기자
이럴 때는 어떻게 보면 사실 위기는 기회잖아요. 어떤 이들에겐. 그렇다면 과거의 경험을 반추해봤을 때 시세 대비 얼마나 싸게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까요?

▷강은현 교수
좀 전의 이야기와 연장선상인데요. 결국 코로나 위기의 골이 얼마나 깊고, 기간이 얼마나 소요되느냐에 따라 다른데요. 만약 기간이 짧게 단기적인 위기로 극복이 된다면 10% 내외에서 방어하면 좋을 것 같고요. 만약 과거 두 차례 겪은 위기에서 시사점이 있듯이 생각보다 침체의 골이 깊다면 그땐 20% 선까지도 지금보단 낮게 들어가야 추가적인 하락에서 버틸 여력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전형진 기자
싸게 받으면 싸게 받을수록 좋은 건 당연한데요. 보유 기간에 따른 전략도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낙찰을 받아서 2~3년 뒤에 팔 거라면 무조건 싸게 받는 게 좋겠지만, 10년을 보고 있다면? 그렇다면 지금 당장 아주 싸게 받는 것보단 일단 낙찰을 받는 게 중요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강은현 교수
그렇죠. 그게 이제 실수요자와 투자자를 가르는 게 될 수 있는데요. 사실 실수요자는 지금 진입해도 관계없습니다. 평소에 자신이 진입하고자 하는 지역의 물건이 생각했던 전고점 대비 가격이 났다면 충분한 가격경쟁력이 있으니까요. 반면 투자자는 결국 흑묘백묘일 테니까요. 투자이익 극대화가 목적이기 때문에 나오는 시점도 중요하지만 진입시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죠. 특히 향후 국면이 불안정하니까 투자자는 가능한 코스트, 원가를 낮추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고요. 실수요자는 당장 나올 의향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하고요. 또 과거 위기의 시사점이 아주 오래 간 건 아니고 결국 고통스러운 기간을 이겨내면 또 다시 태양은 떠오르듯이, 장기 투자자들에겐 보상이 충분한 시간이 도래할 겁니다.

▶전형진 기자
사실 경매시장에 실수요자가 있나요? 실수요자라는 건 무주택자나 갈아타기 수요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강은현 교수
그래도 시장 참여자의 30% 정도는 실수요자는 있습니다.

▶전형진 기자
최근에 보니까 의정부에 있는 아파트들 같은 경우엔 낙찰가율은 그렇다치고 엄청나게 몰리더라고요. 인천도 마찬가지고. 이런 건 국지적인 이상과열로 봐야할까요?

▷강은현 교수
저도 의정부와 인천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 지역은 제가 보기엔 규제에 대한 반작용으로 인한 국지적 과열로 보입니다. 결국 시간의 문제이지 또 다시 규제의 칼날을 비켜갈 수 없다고 한다면…. 그 다음엔 어느 지역에 가야 하느냐, 또 다른 외곽 지역을 찾아가야 하느냐 한다면 그건 또 난감한 문제가 될 것 같은데요.

▶전형진 기자
요즘은 이렇게 살살 움직임이 보이는 시장이 어디가 있나요? 인천까지 왔는데 요즘은 선수들은 나갔다는 말도 있거든요.

▷강은현 교수
인천에서 건너갈 곳이 안산이냐, 평택이냐, 얘기를 하는데요. 사실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물론 그 지역의 내부적인 재료들이 있긴 한데요. 규제에 대한 반작용의 투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동시에 들어오면 어디에 투자할 거냐, 이런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에요. 이런 핫머니들은 조그만 틈새에 대해선 여지없이 공략을 하는데요. 물론 그분들은 관계는 없어요. 그들이 투자한 이후 일반인들, 순수한 분들이 참여했을 때,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할 때 드는 내집마련 비용, 진입장벽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들에겐 보이지 않는 비용의 추가부담이 발생해서 이런 부분은 아쉬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전형진 기자
제가 이름을 지어봤는데요. 안테나단지라고. 강남 요지에서 지금 경매를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 그러니까 앞으로 이 단지의 경매 결과에 따라 약간 흐름을 유추해볼 수 있을 만한 단지, 대기하는 물량이 대표적인 게 어떤 것들이 있나요?

▷강은현 교수
재건축 관련은 자주 투자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아니면 잠실주공5단지 등등이 있고요. 부의 상징으로 보면 압구정현대 등등을 들 수 있어요. 실제 현재 예정물건에서도 언급한 단지들의 공통점은 초대형 단지잖아요. 수천 가구의 대형 단지임에도 불과하고 경매 나와 있는 건 불과 1~3건을 넘기지 않습니다. 전 기자님이 표현했듯이 안테나라고 할 정도로 상징적인 물건이 많지 않다는 건 아직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코로나 위기를 겪은 물건이 본격적으로 경매시장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거죠. 아직 그런 영향을 받는 물건들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이라고 봐야할 것 같아요. 현재 예정된 물건들은 작년 하반기나 올해 연초, 코로나 위기에 관계없이 경제의 어려움에 기인해서 나온 예정 물건이라고 보겠습니다.

▷강은현 교수
첫 입찰은 아마 올 여름 이후는 돼야 할 것 같아요. 아니면 하반기. 왜냐면 연초에 개시결정이 됐기 때문에 소요 기간을, 절차를 감안하면 여름철 이후에나 경매시장에 등장할 것 같습니다.

▶전형진 기자
4월에 나올 강남 요지의 아파트는 없나요?

▷강은현 교수
그렇게 크게 눈에 띄는 물건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전형진 기자
이게 약간… 척후병을 보내볼 만한 단지가 없네요.

▷강은현 교수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물건은 아직 없습니다.

▶전형진 기자
그렇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번엔 강은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님과 경매시장 분위기를 진단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 지서영 PD 편집 이지현 PD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