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든 걸 바꿔놓고 있습니다. 의료 시스템은 물론 정치 경제 예술 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우리 생활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가 지나간 뒤 세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코로나 이후’를 조망하는 명사 칼럼을 최근 게재했습니다.

WSJ와 독점 제휴를 맺고 있는 한국경제신문이 화제를 모았던 이 칼럼 17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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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시대에 해외여행은 매우 쉬웠다. 특히 지난 10년간 마치 지구의 지도가 접혀 있는 것처럼 가장 먼 나라들도 가깝게 다닐 수 있었다. 국경은 거의 없는 것과 같았다. 당신이 가고 싶던 곳에 도착하면 당신은 이방인처럼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집에 전화도 할 수 있고, 이메일을 쉽게 확인할 수도 있고, 세계 어느 곳에서든 현금 자동 인출기(ATM)에서 돈을 뺄 수도 있었다.

이제 우리가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갇혀 있다 보니 이런 여행이 아주 오래 전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이동의 기쁨을 누렸지만 이제 여행은 코로나19를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세계를 횡단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되기 전에 질병은 대개 지역적인 것이었다. 이제 우리는 그것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운송업자가 됐고, 우리가 지구 주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면서 크루즈선과 비행기의 짐처럼 질병을 옮기고 있다.

쉬운 여행의 시대는 점진적으로 다가왔다. 30년 전 나는 기사를 쓰기 위해 여행을 했을 때 마치 군인처럼 스스로 모든 것을 준비했다. 여행자 수표를 사고, 예방접종을 하고, 처방전을 챙기고, 다가올 모든 청구서를 지불했다. 사람들과 작별 인사도 했다. 왜냐하면 가족들과 쉽게 연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이 잘 풀린다면 그 당시의 여행은 다시는 없을 정도로 특별한 경험이 됐다. 익숙해졌던 모든 것들이 희미해지고, 그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이 잘못되면 정말 무서울 수도 있었다. 1998년 나는 친구를 방문하기 위해 부탄으로 갔다. 내가 탄 비행기는 부탄공항이 폐쇄되면서 인도 콜카타로 목적지가 바뀌었다. 나는 입국 비자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여권을 박탈당하고, 공항 호텔에 머물도록 명령받았다. 공항으로 다시 소환될 때까지 방에 머물러야만 했다. 나는 당시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그때는 휴대폰이 희귀하고 비쌌다). 인터넷도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나는 이것을 이상적인 여행 시나리오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 후 세상은 훨씬 유동적이 됐고, 지구를 횡단하는 편리함이 그 경험의 눈부심을 다소 무디게 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남아프리카에서 여행하고 있을 때 아들의 학교로부터 다음달 점심식사 주문이 마감됐다는 문자를 받는다면 여행의 감흥은 반감될 수 있다. 단지 편리함이 우리가 여행하는 이유일까. 우리의 평범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의 일부가 아닐까.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지구촌 모퉁이에 있는 카페까지 여행하는 사람이 없다. 현대 시대에 들어 인류는 아마도 지금과 같이 집에 묶여 있었던 적이 없었을 것이다. 제약이 줄어들게 되면 우리는 분명 다시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충동이 너무 강력해서 시간을 거슬러 굉음을 낼 것이다.

우리는 여행을 훨씬 더 편하게 해줬던 것들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생각을 하게 될 것다. 마치 접혀 있는 것 같은 세계지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약간 수정될 것이다. 모든 것이 다시 멀게 느껴지고, 말 그대로 도달할 수 없으며, 우리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여기서 저기로, 우리 자신의 세계로부터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다는 그 관념에 다시 한번 경외심을 느낄지도 모른다. 거의 잃어버릴 뻔했던 것을 다시 소중히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의 가치를 더욱 음미하게 될 것이다.

원제=Never Taking Travel for Granted Again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