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진보진영의 비례대표 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미래한국당) 창당을 반칙과 꼼수라고 비난하던 민주당이 1당 유지가 어렵다고 보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로써 여야 거대 양당이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모두 ‘위성정당’을 통해 비례대표 대리전을 치르게 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3일 열린 당 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당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을 받들어 개혁정당 참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전날부터 이틀간 연합정당 참여에 대해 당원 투표를 한 결과 권리당원의 30%인 24만1559명이 참여해 74.1%(17만9096명)가 찬성하고 25.9%(6만2463명)가 반대했다.

이 대표는 “부끄러운 정치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게 돼 매우 참담하고 송구스럽다”고 했다. 민주당은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군소정당에 연합정당 참여를 요청했다. 미래통합당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정치 도의에 맞지 않는 파멸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與, 원칙 버리고 '비례의석 늘리기' 선택…무용지물 된 '선거법 개정'

미래통합당을 향해 ‘꼼수’ ‘불법 행위’라고 맹비난하던 여당이 입장을 바꿔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선언했다. 통합당보다 비례대표 의석 수가 20석 정도 적어 원내 1당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원칙을 버리고 꼼수에 동참하면 중도층을 다 잃을 것”(설훈 최고위원)이란 비판이 나온다.

압도적 찬성으로 연합정당 참여

더불어민주당이 전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찬성률(74.1%)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3일 “권리당원들의 요청에 따라 연합정당 참여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당원 뜻에 따랐다는 명분을 내세우려는 것”(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비례연합정당 참여 선언 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책임을 통합당에 돌렸다. 그는 “통합당이 반칙과 탈법으로 국회 의석을 도둑질하려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이를 응징하기 위해 연합정당에 참여한다”고 했다.

다음달 15일 치르는 국회의원 총선거는 원내 1·2당이 비례대표를 내지 않는 최초의 선거가 될 전망이다. 군소정당의 정치 참여를 늘리겠다는 당초 선거법 개정 취지를 거대 양당이 무력화한 것이다.

한두 달 전만 해도 여당은 비례정당 참여를 극구 부인했다. 대신 통합당에 날 선 공격을 가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꼼수이며,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편법”이라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정치는 산수가 아니다. 정치적 계산을 버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1당을 놓칠 수 있다는 정치적 셈법에 따라 원칙을 버리고 실리를 택했다.

야당은 민주당을 맹렬히 비난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하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켰다”며 “국민에 대한 약속을 꼼수를 통해서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대국민 사기극에 회초리를 들어 달라”고 했다.

연합정당 20석 안팎 얻을 듯

비례대표 의석은 거대 양당이 대부분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1일 전국 18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과 정치개혁연합, 시민을위하여, 열린민주당이 모두 합류했을 경우 정당 지지율이 39.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한국당은 31.4%였다. 지역구 의석을 민주당이 130석 얻는다고 가정하면 비례대표 의석은 19석 안팎으로 늘어난다.

지역구 선거는 불리해질 전망이다. 설훈 최고위원은 “연합정당 참여에 실망한 중도층의 이탈이 더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김해영 최고위원도 “명분은 없고 실익은 조심스러운 경우”라고 주장했다. 정의당과의 암묵적인 선거 연합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당이 주요 지역구에 모두 후보를 내면 20대 총선에서 간신히 이긴 지역을 놓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임도원/김우섭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