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직장인 A씨는 부동산 투자만 생각하면 아내에게 늘 미안하다. 아내가 사자고 했던 아파트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반대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뛴 적이 있어서다. A씨로선 투자자 관점에서 신중하게 판단했지만 결과는 자신의 예상과 정반대였다. A씨의 아내는 교육 여건, 주변 환경 등 실제로 살기에 얼마나 좋은지를 기준으로 판단했고 ‘그런 기준을 충족하면 다른 사람들도 선호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지만 남편의 반대로 매수 기회를 놓친 게 너무 안타까웠다.
"투자실력 과신하는 남성, 거래량은 많지만 수익률은 여성보다 못해"
부동산 투자에서 아내 의견을 따르지 않아 유구무언 상태가 된 A씨 같은 남성이 적지 않다. 부동산, 특히 아파트 투자에서 남성과 여성은 의사결정 기준이 다르다. 남성은 주식 투자처럼 수익률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여성은 그 집의 실제 가치에 주목한다.

금융 투자에서도 남성과 여성은 뚜렷한 차이를 나타낸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금융 투자에 적극적이다. 펀드투자자조사(2018년)에 따르면 여성은 원금손실 위험이 없거나(안정형), 위험이 작은(안정추구형) 상품을 선호한다. 이와 달리 남성은 손실 위험이 있더라도 높은 투자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의 투자 실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 여성은 ‘미숙하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56.5%로 절반 이상이다. 남성은 ‘보통 수준 이상’이라는 사람이 55.1%로 절반이 넘는다.

이처럼 금융 투자에서 남녀 차이가 극명해 관련 연구도 많이 이뤄져 왔다. 가장 유명한 연구 중 하나는 2001년 발표된 ‘사내아이는 역시 사내아이다(Boys will be boys)’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이 연구는 1991~1996년 미국의 한 증권사 고객들이 지나치게 잦은 거래로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밑돌았음을 밝혔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45%나 더 많이 거래했고 그로 인해 연 수익률이 여성보다 0.94%포인트 낮았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났을까. 이 연구는 자기과신 성향을 이유로 꼽았다. 남성이 스스로의 투자 실력을 지나치게 믿는 자기과신 성향이 강해서 잦은 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자기과신이 이유가 아니라는 연구가 나왔다. 지난해 발표된 이 연구는 이전 연구를 모방해서 제목을 ‘사내아이는 그래도 역시 사내아이다(Boys will still be boys)’라고 붙였다. 이 연구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50% 이상 거래를 많이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자기과신 수준이 비슷한 남성과 여성을 비교해도 마찬가지로 남성의 거래가 더 많았다. 자기과신이 거래량 차이의 원인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이 연구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거래를 더 많이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금융이해력 등 다른 요인을 점검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도 이유가 아니었다. 결국 이 연구는 투자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거래를 많이 하는 이유는 남성이 거래, 즉 투자 행동 자체를 즐기기 때문인 것 같다는 추측을 제시하면서 논문을 끝맺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진화심리학에서도 뚜렷하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이 행동하는 이유를 진화적 원인으로 규명하는 학문이다. 특히 진화 과정에서 인간 심리가 작동하는 원리가 남녀 간에 분명한 차이를 나타내는 점에 주목한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남성은 부정오류를, 여성은 긍정오류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남성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줄 알고 어떤 여성과 관계를 맺지 않는 부정오류를 최소화하려 한다. 여성은 그 남자가 좋은 줄 알고 관계를 맺었더니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는 긍정오류의 최소화를 원한다. 결국 남성은 부정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우자 선택에서 까다로워선 안 된다. 그러나 여성은 긍정오류를 피하기 위해 배우자를 꼼꼼하게 골라야 한다. 그래서 남성에 비해 여성이 위험회피적이다. 이렇게 진화론적으로 뿌리깊은 남녀 간 위험성향의 차이가 투자 관련 의사결정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금융 투자에서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다. 둘째, 남성은 여성에 비해 자신의 투자 실력을 과신하고 그로 인해 거래를 더 많이 하며 수익률은 여성보다 못하다. 셋째, 남성이 여성보다 거래를 많이 하는 이유는 남성이 투자 자체를 즐기기 때문일 수도 있다. 넷째,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과 달리 위험회피적이라서 의사결정을 꼼꼼하게 한다. 이런 남녀 차이를 유념한다면 더 나은 투자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