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싱크탱크인 니어재단의 정덕구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경기 침체와 금융위기 충격을 완화하고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중산층 벨트’가 빠르게 와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니어재단이 14일 ‘한국 경제 회생의 길’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오른쪽부터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니어재단이 14일 ‘한국 경제 회생의 길’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오른쪽부터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정 이사장은 14일 니어재단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연 ‘2020년 한국 경제 회생의 길’ 포럼에서 “소득 수준이 높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와 자산을 쌓아올려야 할 40대 근로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산층 붕괴 조짐은 고용 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기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6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8%(19만6000명) 줄었다. 40대 취업자는 지난해 1~11월에 16만5000명 감소했다. 정 이사장은 “정부가 와해되는 중산층을 복원하는 것에는 소홀한 채 기초생활수급자와 60대 이상 고령층 등을 지원하는 데만 관심을 쏟고 있다”며 “중산층 붕괴를 방치하면 우리 경제의 균형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를 옥죄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정책과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현 정부 경제정책이 경제학 이론에 부합하지 않고 구체적 목표도 설정돼 있지 않다”며 “경제정책의 방향성과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워지자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고용 등이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정책 불확실성은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경제정책 불확실성(EPU) 지수는 지난해 1~11월 평균 257.3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스콧 베이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등이 개발한 이 지수는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불확실성 확대, 낮으면 축소를 뜻한다.

통화·재정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신성환 한국금융학회 회장(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제 진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가계부채는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더 늘기 어렵고 기업은 불투명한 대내외 변수 탓에 설비투자용 차입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홍종호 한국재정학회 회장(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은 “재정 씀씀이가 확대돼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는 국가사업 등이 많아지면서 재정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훼손됐다”고 말했다.

경제정책 부작용 등이 확산되면서 잠재성장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5% 수준으로, 미국(1.8%)보다 0.7%포인트 높다”며 “양국의 잠재성장률 간극은 좁혀지고 있고 2026~2030년에는 1.9%로 같아질 것”이라고 봤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대내외 불확실성을 직시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은 “정책 수단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규제·노동·교육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전 동반성장위원장)는 “성장잠재력을 복원하고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데 정책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