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건축허가 취소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최근 3년 사이 4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과 안전 등을 내세워 정부가 과거보다 건축허가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관련 분쟁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축 관련 행정소송 접수 건수는 총 608건으로 2015년(437건) 대비 39% 증가했다. 올해도 10월까지 624건이 접수돼 지난해 전체 접수 건수를 넘어섰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건축허가를 불허하면 당사자는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

건축 관련 행정소송에선 지자체가 제시하는 환경 및 안전 기준이 적법한 수준인지에 대한 다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 6월에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한 자동차매매단지가 도장시설 등의 증축허가를 신청했으나 구청은 환경오염물질 발생 우려가 있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올해 충북 영동군과 경북 의성군 등에서는 지자체가 주민의 환경권 침해 가능성 등을 이유로 축사 건축을 불허하자 당사자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각종 안전사고 발생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 등으로 지자체의 건축허가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지자체가 조례 등을 통해 건축허가 기준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해당 규제가 적용되기 전 갑자기 건축허가 신청이 급증하는 현상도 자주 나타난다”고 말했다.

시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점도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나현호 법률사무소 금해 변호사는 “과거에는 혹시 모를 불이익 등을 우려해 불만이 있더라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는 국민이 많지 않았다”며 “요즘은 소송까지 불사하며 자신의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서비스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변호사가 먼저 건축허가 신청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 다가가 소송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민이 승소했다고 건축물을 바로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가 새로운 사유를 들어 해당 건축허가를 재차 거부할 수 있으며, 이런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다. 이를 두고 ‘반쪽짜리 구제’라며 지자체의 의무 이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