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상산고가 교육부의 최종 결정과정에서 어렵게 부활했지만 진보교육감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죽이기’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아예 법령을 개정해 자사고 형태의 학교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가장 긴장하고 있는 학교는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 점수를 넘지 못한 배재고와 세화고 등 서울 지역 8개 학교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22~24일 이들 학교의 청문 절차를 마치고 26일 지정취소 동의 요청서를 교육부에 보냈다. 교육부는 상산고 사례와 마찬가지로 내달 1일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를 열어 심의할 계획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정위원회 회의 다음날인 2일 최종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서울 지역 지정취소 자사고에 부동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자사고 폐지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데다 유 부총리 역시 기본적으로 자사고 폐지에 동의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안산동산고에 동의 결정을 내린 사례로 비춰봐도 서울 지역 지정취소 자사고의 부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에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는 학교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년 평가 대상 자사고는 전국 16개 학교다. 이중 경문고와 경일여고, 군산중앙고, 남성고 등 4개 학교는 자진 취소를 신청했다. 남은 12개 중 8개 학교가 서울 지역에 몰려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외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 10개 학교도 내년에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 등 특성화중학교 3개도 평가 대상이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감은 “교육감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내년 재지정 평가 대상 학교들은 초비상사태”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 등 진보교육감들이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 일괄 폐지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의 존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항을 삭제해 자사고를 전면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유 부총리는 조 교육감의 뜻과 달리 단계적인 일반고 전환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 부총리의 내년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면서 차기 교육부 장관이 누가되느냐에 따라 교육당국이 자사고 전면 폐지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