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정부가 ‘쌀 관세화’ 제도를 도입한 뒤 미국 중국 등 5대 쌀 생산국과 4년 넘게 벌여온 관세율 검증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일반 수입 쌀에는 우리 정부가 제시한 513% 관세율을 유지하되 5% 관세가 붙는 ‘의무 수입물량’(저율관세할당물량·40만9000t) 대부분을 이들 5개국에 나눠주는 조건이다. 관세율 513%가 확정되면 미국산 쌀값이 국산보다 2배 이상 높아지는 만큼 사실상 국내 농가의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미국 등 5개국과 벌여온 쌀 관세화 관련 이견이 상당 부분 해소돼 조만간 검증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쌀 관세화는 쌀 수입 물량 제한 등 비관세 장벽을 없애는 대신 쌀의 국내외 가격 차이만큼을 관세로 매기는 제도다. 한국은 1994년 타결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쌀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는 대가로 일정량을 의무 수입했다. 2015년 1월 유예기간이 끝나자 한국 정부는 기존 의무수입 물량을 제외한 일반 수입쌀에 513%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했다.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 5개국에 나눠주던 의무 수입 물량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국제입찰을 통해 들여왔다. 그러자 이들 5개국은 “관세율은 200~300%가 적정하다”며 “쿼터제도를 원상복구해달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세율 513%를 지키기 위해 나라별 쿼터를 지렛대로 활용했다”며 “미국 등 5개국에 의무 수입 물량 대부분을 나눠주는 대가로 513% 관세율을 유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현재 19만원(80㎏) 안팎인 국내 쌀값이 수확기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쌀 생산량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3만3000㏊ 규모의 논을 대상으로 쌀이 아닌 다른 작물을 심으면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민의 채소 소비 패턴 변화를 반영해 채소 수급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크게 늘면서 달라진 식품 소비 트렌드를 채소 생산에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지난달 ‘채소산업발전기획단’을 꾸렸다. 기획단은 생산·소비 트렌드를 바탕으로 품목별·시기별 채소 공급과잉 여부를 분석하고, 소비구조 변화에 따른 농가 지원정책을 다시 짜는 역할을 맡는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