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에게 반전은 없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지 19일 만에 드디어 투약을 인정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등에 따르면 박유천은 마약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은 이후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다.

오죽 억울했으면 기자회견까지 열었나 싶었다. 수백 대의 카메라 앞에서 그는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 10일 박유천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마약을 하지 않았는데 (황하나의 발언으로) 결국 마약을 하는 사람이 되는 건가, 아니라고 발버둥 쳐도 결국 그런 사람이 되는건가 무서웠다"고 호소했다.

그는 연기 활동 재기를 위해 노력 중이며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될 만한 일은 인생을 걸고 단연코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그의 체모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는 국과수 검사 결과가 발표됐다. 그럼에도 박유천 측은 "필로폰이 어떻게 체내로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는 식의 해명을 했다.

박유천 일부 팬들은 그가 포승줄에 묶여 구속되는 데도 "누군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박유천에게 마약을 주사한 것"이라며 일말의 기대를 놓지 않았었다.
"마약 결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던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마약 결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던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 모든 박유천의 말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스스로 마약 투약을 인정하면서다.

박유천은 구속 후 첫 경찰조사에서 기존 입장대로 혐의를 부인하기는 했지만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구속 결정으로 박유천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 큰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이후 다시 조사가 시작되고 박유천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는 황하나의 협박은 없었고 그를 다시 만나면서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또 '손등 상처'는 주삿바늘 자국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동안 혐의를 부인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거짓말 한 것을) 팬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두려웠고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웠다"면서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죄할 건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기자회견 이후 19일만에 혐의를 인정했다.
박유천과 함께 필로폰 투약한 전 여자친구 황하나  /사진=연합뉴스
박유천과 함께 필로폰 투약한 전 여자친구 황하나 /사진=연합뉴스
박유천은 올해 2∼3월 남양유업 창업자의 외손녀 황하나와 함께 3차례에 걸쳐 필로폰 1.5g을 구매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5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황하나는 경찰 조사에서 "2015년 필로폰을 처음 투약한 이후 3년 동안 마약을 끊었지만 지난해 4월 연예인 A씨의 권유로 다시 마약을 하게 됐다"고 진술하면서 박유천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박유천은 마약 판매상으로 의심되는 인물에게 돈을 입금하고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찾아가는 CCTV 영상이 발견된 바 있다.

박유천의 기자회견까지 마련하며 그에 대한 믿음을 보였던 소속사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도 두 손을 들었다. 그에 대한 전속계약 해지와 연예계 은퇴를 발표했다.

이번 사건으로 박유천의 연예계 생활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동방신기'로 데뷔해 한류스타로 거듭났고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도 다졌다.
박유천 마약 혐의 인정/사진=연합뉴스
박유천 마약 혐의 인정/사진=연합뉴스
2016년 성추행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그의 연예계 생활에 브레이크가 걸렸고 '무혐의'를 받았지만 이미지 실추를 극복하지 못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 만난 여자친구 황하나와 필로폰을 투약하면서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일각에서는 그가 당초 마약 혐의가 불거졌을 때 혐의를 인정했다면 이같은 비난 여론은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를 믿었던 팬들까지 이제 등을 돌렸다. 박유천 갤러리에는 그들의 스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지난 30일 이들은 "'하늘을 봐요 기도할게요' 기자회견장에서 한 팬의 간절한 외침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이런 고독한 상처를 남겨주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를 추억했을 때마다 가슴 한편이 아파지는 건 언제부터였을까. 그의 인생을 마냥 응원할 수 없게 된 게"라며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웠다'라는 그의 말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도 그를 내려놓기가 두려웠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이제 각자의 인생을 걸어가야 하는 시간, 그만 손을 놓아주려 한다"면서 "남은 여정을 응원할 수 없지만 마지막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은 바라봐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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