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부 우수상을 받은 정지영 감독의 ‘나의 수호천사는 우리 오빠다’.
청소년부 우수상을 받은 정지영 감독의 ‘나의 수호천사는 우리 오빠다’.
‘동양생명 30초영화제’ 수상작 중에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 많았다. ‘나의 수호천사는 ( )이다’라는 주제에 맞게 가족과의 따뜻한 정을 담은 작품부터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반전 매력을 지닌 작품까지 아이디어와 소재의 스펙트럼이 넓었다. 완성도도 전문가 못지않았다는 평가다.

일반부 우수상을 받은 황필원 감독의 ‘나의 수호천사는 딸의 순수함이다’는 아빠를 지켜주는 수호천사 같은 딸의 순수한 마음을 표현했다. 침대에서 작업을 하던 아빠가 실수로 침대에 물을 쏟아 치우러 나간 사이 여섯 살 딸이 들어온다. 침대에 쏟아진 물을 보고 예전에 엄마가 ‘침대에 오줌을 누면 도깨비가 잡아간다’고 했던 말을 떠올린 딸은 아빠를 지키고자 “내가 침대에 오줌을 쌌다”며 ‘하얀 거짓말’을 한다. 아이의 예쁘고 순수한 마음을 영상으로 잘 녹여내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18일 시상식장에서 청중의 가장 큰 폭소를 이끌어낸 작품은 청소년부 우수상을 받은 정지영 감독의 ‘나의 수호천사는 우리 오빠다’였다.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온 여고생은 문 앞에서 오빠와 마주친다. 환하게 웃으며 ‘오빠!’를 외치며 달려가지만 예상과 달리 친오빠는 바닥에 내팽개쳐진다. 여고생이 부르며 달려간 오빠는 자신의 방에 포스터로 붙어 있던 ‘아이돌 오빠들’이었다. 지친 나를 위로해주고 매일 행복하게 해주는 수호천사는 친오빠가 아니라 ‘아이돌 오빠’였다는 것을 코믹하게 담았다.

일반부 특별상은 모두 세 작품이 받았다. 신혜원 감독의 ‘나의 수호천사는 우리 누나다’는 왜소한 남동생을 괴롭히는 친구들을 쫓아보내는 누나의 모습을 그렸다.

황대연 감독의 ‘나의 수호천사는 손주의 저금통이다’는 어린 손주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돼지저금통을 들고 가 암투병 중인 할아버지에게 건네며 ‘돼지 친구 있으니까 아프지 말아요’라고 위로하는 내용이다. 이하람 감독의 ‘어두운 밤 날 지켜주는’은 서로 호감이 있는 남녀 고교생이 어두운 밤길을 걷다가 몰래 개짖는 소리를 내준 친구 덕에 얼떨결에 여학생이 남학생 품에 안기며 가까워진다는 내용을 재기발랄하게 담았다.

심사에 참여한 동양생명 관계자는 “수호천사의 의미가 다양했고, 작품의 질과 균형이 전체적으로 좋았다”며 “주제가 명확해 작품으로 풀어내기 수월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