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 3사가 일제히 ‘초저가 판매’에 나섰다. 실적 악화로 생존이 위협받는 위기에 내몰리자 내놓은 방안이다. 온라인 쇼핑이 시장상인 등 골목상권과 오프라인 대형마트까지 잠식하는 가운데, 대형마트들의 이같은 전략은 오프라인 유통으로 소비자를 돌려 세우는 데 일부 효과를 내고 있다.

○제조공정 단순화로 원가 낮춰

이마트는 패션 자체상표(PB) ‘데이즈’ 청바지(에센셜 데님 팬츠)를 9900원에 1일 내놨다. 오는 17일까지 진행하는 할인 행사 ‘데이즈 패밀리위크’를 통해서다. 이마트e·삼성·KB국민·현대·NH농협·우리·씨티 등 행사카드로 결제하는 조건이다.

9900원 청바지를 내놓기 위해 이마트는 원가를 낮추는 작업에 주력했다. 제조 공정부터 바꿨다.
1일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9,900원 짜리 청바지를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의류 할인행사 기간인 '데이즈 패밀리위크'를 맞아 행사카드로 구매시 청바지 및 캐릭터 티셔츠를 각 9,900원에 판매하는 등 총 200여개 상품을 17일까지 할인가격으로 공급한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1일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9,900원 짜리 청바지를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의류 할인행사 기간인 '데이즈 패밀리위크'를 맞아 행사카드로 구매시 청바지 및 캐릭터 티셔츠를 각 9,900원에 판매하는 등 총 200여개 상품을 17일까지 할인가격으로 공급한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1일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9,900원 짜리 청바지를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의류 할인행사 기간인 '데이즈 패밀리위크'를 맞아 행사카드로 구매시 청바지 및 캐릭터 티셔츠를 각 9,900원에 판매하는 등 총 200여개 상품을 17일까지 할인가격으로 공급한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1일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9,900원 짜리 청바지를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의류 할인행사 기간인 '데이즈 패밀리위크'를 맞아 행사카드로 구매시 청바지 및 캐릭터 티셔츠를 각 9,900원에 판매하는 등 총 200여개 상품을 17일까지 할인가격으로 공급한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기존에는 청바지를 만들 때 데님 원사에 염색을 하고 디자인을 입히기 위해 물빠짐 작업(워싱 작업)을 별도로 했다. 이마트 청바지는 물빠짐 작업을 하지 않았다. 이 작업만 생략해도 대량의 물과 전기를 소비하지 않고,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다. 청바지를 만들 때 생기는 환경오염도 최소화했다. 버튼이나 자수 장식 등 청바지에 많이 넣는 디자인적 요소도 빼버렸다. 디자인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높이는 데 집중한 것이다.
공장에 일감이 적은 비수기에 15만장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발주한 것도 가격을 낮춘 요인 중 하나다. 패션 업계에선 출시 7~8개월을 앞두고 제조에 들어간다. 이마트는 일 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 원가를 더 낮췄다.

이마트는 9900원 청바지 뿐 아니라 같은 가격의 캐릭터 티셔츠도 선보였다. 마블·디즈니 등 글로벌 인기 캐릭터와 카카오프렌즈 등 국내 캐릭터가 티셔츠 앞면에 큼직하게 있다. 핑크퐁, 띠띠뽀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도 넣었다.

○홈플러스·롯데마트도 초특가 행사

이마트는 올 초부터 ‘국민 가격’이란 초특가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기간을 정해 삼겹살, 전복, 천혜향 등 신선식품 위주로 온라인보다 저렴하게 내놨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반토막’이 나는 등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자 ‘가격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소비 시장은 결국 초저가와 프리미엄 두 형태만 남을 것”이라며 이마트의 초저가 전략 기틀을 세웠다.

이는 다른 대형마트로 확산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1일부터 ‘쇼핑하라 2019’란 이름의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에만 하려고 했던 행사를 이달 17일까지 3주간 연장했다. 행사 기간 평소 대비 12% 이상 많은 2200만여명이 방문하는 등 소비자 호응이 컸기 때문이다. 신선식품, 가공식품, 위생용품 등 700여개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9년 만에 한 마리 5000원의 후라이트 치킨 ‘통큰 치킨’을 부활시켰다. 지난달 28일부터 판매에 나선 통큰 치킨은 2010년 롯데마트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대기업의 소상공인 죽이기”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큰 화제가 됐다.

롯데마트는 오는 17일까지 1600여개 상품, 830억원 어치의 상품을 초특가로 판매하는 행사를 이어간다. 우선 3일까지 통큰 치킨을 비롯해 미국산 냉동 LA갈비, 크리넥스 화장지, 프릴 주방세제, CJ제일제당 햇반, 종가집 포기김치 등을 반값 수준에 판매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