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관리원과 해양경찰청이 불법으로 ‘고유황 해상 면세유’를 유통시킨 조직을 적발했다.

5일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면세유 유통 총책 이모씨(43세)와 육상 보관 판매책 김모씨(57) 등 25명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해양경찰청에 의해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일당은 외국항행 선박에서 불법 구매한 해상 면세유를 빼돌린 뒤 전국 섬유공장, 화훼단지 등에 유통시킨 혐의다. 유통 규모는 총 180억원(2800만L) 상당이다. 육상 판매딜러에게 넘길 때 폐기물 수거차로 가장한 탱크로리를 이용해 단속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해상 면세유인 벙커C유는 육상용 저유황 벙커C유 대비 3분의 1 가격에 불과하다. 육상에선 사용이 금지돼 있는 고유황 유류다. 시험결과 황 함유량이 최고 2.9%로, 기준치보다 약 1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 벙커C유를 보일러 연료 등에 사용하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을 다량 배출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

이들 일당은 기름과 물이 혼합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리된다는 점을 이용해 선박이나 수집운반차량에 바닷물 혼합장치를 설치한 뒤 단속기관의 검사 때만 바닷물을 일부 섞어 폐유로 둔갑시키는 치밀함을 보였다. 면세유 수집부터, 보관, 운송, 판매까지 단계별 업무를 분업화해 점조직 형태로 운영한 점도 특징이다.

손주석 석유관리원 이사장은 “석유 불법유통은 세금 탈루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석유제품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