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앱을 통해 이용자들이 새로운 네이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혼란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이전을 유도할 것입니다.”

네이버가 '듀얼앱'을 도입한 취지다. 그러나 듀얼앱이 기존 버전에서 새 버전으로 연착륙을 유도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용자들이 새 버전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상황인데다, 듀얼앱을 통해 언제든지 기존 버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모바일 첫 화면에 검색창만 두는 식의 신(新)버전과 구(舊)버전을 함께 쓸 수 있도록 듀얼앱을 최근 공개했다. 신 버전 전면 공개시를 대비해 이용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네이버 듀얼앱을 써보니 구 버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장치들이 곳곳에 보였다. 새로운 버전이 사용하기 불편하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사용자 환경이란 얘기다.
네이버 옛 버전(왼쪽)과 새로운 버전/사진=네이버 앱 캡처
네이버 옛 버전(왼쪽)과 새로운 버전/사진=네이버 앱 캡처
일단 업데이트 직후, 이용자들이 구 버전과 신 버전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 사항'을 뒀다. 변화를 바라지 않는 이용자들은 굳이 신 버전을 써보지 않아도 되는 것. 신 버전을 사용했던 사람들도 불편함을 느낀다면 설정을 통해 언제든지 구 버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는 이용자의 ‘선택권’을 존중한 방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신 버전의 앱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굳이 구 버전으로 돌아갈 여지를 쉽게 남겼다는 점은 의문이다. 신 버전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래서였을까. 듀얼앱을 통해 새로운 네이버를 써 본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다. 지난 16일 기준 아이폰 앱스토어에는 네이버 앱에 대한 약 140개 리뷰가 달려 있었다. 이 중 신 버전 개편 이후 올라온 ‘혹평’들이 속속 보였다. ‘불편해서 못쓰겠다’, ‘예전 네이버로 돌아가 달라’, ‘업데이트 이후 들어가지 않는다’, ‘편리성·장점이 없어졌다’ 등이 주된 이유였다.

신 버전이 불편한 이용자들은 다시 익숙한 구버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네이버는 신 버전 앱 전면 개편 자체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네이버가 모바일 개편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있다./사진=네이버 앱 캡처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있다./사진=네이버 앱 캡처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시범테스트를 거쳐 연내에 네이버 모바일 개편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이버는 해를 넘겨 베타서비스를 4개월 동안 진행하고도 모바일 첫 화면을 바꾸지 않았다. 그 대신 선보인 게 듀얼앱이다. 안드로이드 버전 듀얼앱은 상반기 내 출시되는 만큼 네이버가 공언했던 모바일 첫 화면 개편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더욱이 이번 신 버전 개편은 뉴스 편집권에서 손을 떼겠다는 네이버의 의지였다. 특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이후 불거진 네이버의 사회적 책임에 의해 비롯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버는 이용자들이 신 버전 앱 사용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닌 방식으로는 네이버가 약속했던 '혁신'을 이룰 수 없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0월 “모든 분들이 품고 있는 각양각색의 생각과 관심사를 충분히 연결해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며 “7개의 뉴스와 20개의 실시간급상승검색어가 첫 화면에서 3000만명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현상에서 고민이 시작됐다”며 앱 개편의 배경을 설명했다.

사회적 책임에서 비롯된 네이버의 고민이 허투루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신 버전 앱 출시에 대한 확실한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 누가 사용하더라도 편리한 신 버전이라면, 굳이 구 버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듀얼앱이 필요할까.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영상=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