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푸르름을 유지하는 대표적 반려식물인 율마. 야속하게 금방 죽어버린 율마 때문에 실내 가드닝을 시작해 구독자 1만9000명(네이버 블로그)의 국내 대표적인 원예 파워블로거가 된 사람이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모나코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현희 씨(사진)다. 그동안 자신의 블로그에 쓴 2500여 개 베란다 식물 재배 팁을 모아 다음달 《반려식물 인테리어》라는 제목의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던 그가 율마를 본 건 우연이었다. 회사를 그만둔 뒤 대전 집 주변을 산책하던 송씨는 우연히 동네 꽃집 앞에 촘촘히 놓인 초록색 어린 나무들을 보게 됐다. 키우기가 쉽다는 꽃집 주인의 말과 달리 그가 사온 율마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더 속상했던 건 율마가 왜 죽었는지조차 몰랐던 것이다. 송씨는 이후 율마를 새로 들여놓으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2년 동안 율마 공부만 했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식물에도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가드닝 경력이 17년이나 됐어요. 내친김에 원예지도사 자격증도 땄습니다.”

대전 용운동에서 논술학원을 운영 중인 그는 아파트 베란다와 학원 사무실에서 300종이 넘는 식물을 키우고 있다. 크고 작은 율마부터 50여 종의 선인장, 흙 없이 공기 중 미세먼지와 수분으로 사는 공중 식물 50여 종 그리고 관엽, 꽃식물 등 다양한 식물이 베란다와 사무실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그가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파워블로거가 된 비결은 부지런함과 꾸준한 공부다. “친구의 권유로 8년 전쯤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지금 식물 재배 팁과 인테리어 방법 등에 관한 글이 2500건이 넘으니 거의 매일 한 건씩 글을 올린 셈입니다.” 방문한 맛집에 대한 글을 올릴 경우에도 해당 맛집의 식물 인테리어를 촬영해 함께 게재한다. 공부는 독서뿐만 아니라 농장과 꽃집을 방문하고 다양한 원예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글의 소재가 고갈되지 않는 게 신기했다. 그 비법은 이렇다. “글의 주제로 직접 키우면서 잘 아는 식물을 우선적으로 정합니다. 그다음은 계절에 맞는 식물 그리고 해당 식물에 맞는 관리법 등의 정보를 나누어 글을 적습니다. 사계절이 계속 바뀌고 식물을 키울 때 해야 할 일도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소재 고갈에 대한 걱정은 없습니다.”

반려식물을 집에 들일 때 특별한 기준이 있는지 궁금했다. “먼저 폭염과 냉해에 잘 견딜 수 있는 식물인지를 봅니다. 너무 빨리 자라 베란다 등의 공간이 부족해지지 않을지도 생각하고요. 병충해 등에 취약한 식물인지도 사전에 알아보고 있습니다.”

송씨는 요즘 블로그 이웃들과 함께 기부행사를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사실 기부는 저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어요. 그런데 우연히 한 어린이재단의 재능기부 온라인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이왕이면 블로그 구독자들과 함께 해보자고 생각했죠. 외부에 쓴 글의 원고료로 토분과 가드닝 소품 등을 구매해 블로그를 통해 판매했습니다. 이 판매 수익을 초록향기라는 이름으로 어린이재단을 포함해 신문에 실린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시작한 가드닝이 이제 일상이 됐다는 송씨. 식물을 키우기 전과 후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했다. “애정을 갖고 하나씩 살펴보면서 물을 주고 관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침부터 규칙적이고 부지런한 생활을 하게 되더라고요. 최근 3일 이상 집을 비운 적이 없습니다. 혹시라도 손길이 필요한 식물들이 잘못될까 봐서요. 그래도 이런 약간의 불편함보다 식물을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이 훨씬 더 큰 것은 분명합니다.”

FARM 차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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