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소속 조합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당정이 지난 26일 발표한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이 추진되면 카드사 근로자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소속 조합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당정이 지난 26일 발표한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이 추진되면 카드사 근로자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정부와 여당의 카드 수수료 정책으로 인해 신용카드회사가 대부업체로 전락하고 있다. 본업인 가맹점 사업(결제 사업)에서 돈을 벌 수 없게 되면서 부수 업무인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단기 대출에만 매달리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8000억원 규모의 수수료 인하가 내년에 추가로 이뤄지면 이자 장사에만 치중하는 카드사들의 기형적 수익 구조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드사 지금도 본업에선 적자

당정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에…대부업체로 전락하는 카드사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국내 8개 카드사(신한, KB국민, 삼성, 롯데, 비씨, 현대, 우리, 하나카드)가 가맹점 사업에서 7063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0년(1782억원) 이후 8년 만에 적자 규모가 네 배가량 커졌다. 한국신용평가는 가맹점 사업을 위한 직접비용과 수익은 물론 인건비, 유지비 등 간접비용까지 활용해 분석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위원은 “카드업체에서 가맹점 사업의 적자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무이자할부나 부가서비스 등 때문에 원가가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속해서 떨어지는 것이 수익 악화의 주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11차례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왔다. 당정은 지난 26일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을 통해 내년에 추가로 수수료를 줄이도록 했다. 당정은 내년부터는 신용카드 수수료 우대 가맹점을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5억원 초과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5억~10억원인 경우 현행 2.05%에서 1.40%, 10억~30억원은 2.21%에서 1.60%로 인하하기로 했다. 500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하도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매출 30억원 초과~100억원 이하인 가맹점은 기존 2.2%에서 1.9%로, 100억~500억원 이하인 곳은 2.17%에서 1.95%로 인하할 방침이다.

줄어드는 카드 수수료는 1조4000억원이며, 이번 정책으로 인해 감소하는 수수료는 8000억원이다. 카드업계는 내년에 가맹점 사업에서 전 카드사들이 1조5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부업으로 내몰리는 카드사들

당정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에…대부업체로 전락하는 카드사
카드사들은 줄어드는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단기 대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연 2%대에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 연 10~20%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집행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 선임연구위원은 “카드론 확대가 카드사 이익 창출의 핵심 요인”이라며 “카드론 잔액은 최근 3년간 평균 매년 12.5% 늘었다”고 말했다.

한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는 “본업인 결제 사업이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대출에만 치중하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장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며 “수수료 규제를 받지 않는 비자나 마스터 같은 글로벌 브랜드사들은 대출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사장은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카드사 대출을 사용하는 사람 가운데는 저소득층이 상당수”라며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를 벌충하기 위해 대출금리나 연체금리를 올리면 결국 저소득층이 가맹점을 지원해주는 꼴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소비자들도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 대책은 금융과 경제의 시장 원칙을 무시하고 자영업자의 불만 해소만을 목표로 정부의 무차별 시장 개입 행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소비자 혜택을 자영업자에게 이전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