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찾아온 미세먼지 때문에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 미세먼지는 입자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눈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미세먼지 속 각종 중금속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결막염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눈에 이물감이 있거나 간지럽다고 자꾸 비비면 각막이 얇아지는 원추각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기온이 낮아지면 안압이 높아져 녹내장 환자가 늘어난다. 녹내장 환자는 안약 점안 방법을 잘 익혀야 약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각종 안과 질환과 안약 사용법 등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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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건조증 있으면 결막염 위험

미세먼지 속 유해물질 등이 결막에 계속 닿으면 알레르기 결막염이 생길 위험이 있다. 알레르기 결막염이 생기면 눈이 가렵고 눈에서 끈적끈적하고 투명한 분비물이 나온다. 눈곱도 많이 낀다. 이 같은 증상이 생기면 최대한 건드리지 말고 안과를 찾아야 한다. 안구건조증이 있는 사람은 알레르기 결막염이 생길 위험이 더 크다. 눈물이 부족하면 눈이 더욱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눈이 가려우면 안과를 찾아 상태에 맞는 알레르기 안약을 처방받아 사용해야 한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항히스타민제, 비만세포 안정제, 스테로이드 점안제, 혈관수축 점안제 등을 사용해 치료한다. 미리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차단해야 면역 반응 등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 정보를 확인해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외출해야 할 때는 렌즈보다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안경, 선글라스 등을 쓰면 눈이 외부 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수시로 인공눈물을 넣거나 눈꺼풀 세정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철명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원장은 “간지러움이 심할 때는 얼음찜질을 해주면 증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눈 비비는 습관, 원추각막 불러

많은 사람이 눈에 이물감이 있거나 가려우면 눈을 비빈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눈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다. 각막에 자극을 줘 미세한 상처를 남기고 심하면 각막이 변형되기 때문이다. 각막이 얇아져 원뿔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원추각막이라고 한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데다 육안으로 각막 모양을 확인하는 게 어려워 질환을 늦게 발견하는 사람이 많다. 대개 원추각막 환자는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호소한다. 안경을 껴도 시력이 제대로 교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난시가 심하거나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있다면 원추각막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각막 모양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펜타캠 장비나 유전자 검사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최 원장은 “원추각막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눈을 문지르거나 비비는 습관뿐 아니라 아토피,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결막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을 때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가족 중 원추각막 환자가 있을 때도 원추각막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원추각막으로 진단하면 인공눈물과 알레르기 안약을 사용하는 약물 치료를 한다. 염증 수치가 높으면 항염증약으로 진행을 억제하기도 한다. 원추각막 초기에 생기는 가벼운 근시와 난시는 안경으로 교정한다. 각막 모양이 불규칙해졌다면 안경으로 시력을 교정하기 어려워 하드콘택트렌즈를 사용해야 한다.

수술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있다. 원추각막이 많이 진행돼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지 못하면 원뿔 모양의 각막에 링을 넣어 편평하게 만드는 각막 링 삽입수술을 해야 한다. 각막이식이 필요한 환자도 있다. 원추각막이 있거나 원추각막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가 있는 사람은 라식 라섹 등의 시력교정수술 후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크다. 최 원장은 “시력교정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미리 원추각막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다.

기온 낮아지면 녹내장 환자 늘어

늦가을 기온이 떨어지면 의료기관을 찾는 녹내장 환자가 증가한다.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돼 안압이 높아지고 이 때문에 녹내장 환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시신경이 제 기능을 못하는 질환이다. 급성 녹내장은 전체 녹내장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안압이 갑자기 높아져 시력 감소, 두통 등의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많다. 만성 녹내장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시야가 좁아져 병원을 찾으면 대개 말기 진단을 받는다. 증상이 진행되면 실명할 위험도 크다.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약물로 안압을 조절해야 한다. 안압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 시신경이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녹내장 환자의 80% 정도는 약물로 치료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레이저, 수술 등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약물 치료를 받는 환자는 상태에 따라 1~6개의 안약을 써야 한다. 안압을 낮춰 눈 속 혈액이 잘 돌게 하고 시신경을 보호하는 약이다. 심각한 부작용이 없고 약이 잘 듣는다면 평생 동안 사용해야 한다. 정재근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교수는 “녹내장 약물 치료는 평생 해야 하고 대부분 시력 개선 등 뚜렷한 상태 호전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치료를 임의로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며 “약물 치료를 중단하거나 게을리하면 녹내장이 서서히 진행돼 실명할 위험이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장기간 환자가 안약을 직접 점안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점안법을 익혀 두는 것이 중요하다.

안약 한번에 여러 번 넣으면 부작용

안약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매일 같은 시간에 점안하는 것이 좋다. 눈을 위로 본 상태에서 아래 눈꺼풀을 당겨 생긴 공간에 한 방울씩 넣는다. 안약을 넣은 뒤 바로 눈알을 움직이면 안약이 흡수되기 전 눈물관으로 빠져나가 효과가 떨어진다. 약을 넣고 1분 정도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것이 좋다. 눈 안쪽 구석의 눈물점을 누르면 약물이 잘 흡수되는 데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 심한 날, 눈 비비지 마세요…결막염·원추각막 생길 수도
약을 여러 번 넣으면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있다. 눈 속에 담을 수 있는 약의 용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안약을 많이 넣으면 눈 밖으로 흘러나온다. 눈 밖으로 넘친 안약이 눈꺼풀과 피부에 묻으면 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 피부가 착색되고 속눈썹이 길어지는 부작용도 있다. 녹내장 안약을 여러 개 쓸 때는 한 가지 약을 넣은 뒤 5분 이상 지난 뒤 다음 안약을 넣는 것이 좋다. 안약이 완전히 흡수되는 데 최소 5분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만약 점안해야 하는 시간이 지났다면 그 즉시 안약을 넣어야 한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최철명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원장, 정재근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