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7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주최로 기업 간담회가 열렸다.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오늘은 기업들의 의견을 들으러 왔다”고 말했다. 신남방특위 위원장을 맡은 그는 “기업과 국민이 일찌감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인도 등에 진출했는데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데 미흡했다”며 몸을 낮췄다.

이날 조찬을 겸한 간담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소원했던 청와대와 재계의 관계를 감안하면 꽤 이례적이다. 삼성전자, 포스코, 한화, 두산중공업, CJ, GS리테일, 현대자동차, LG경제연구원, 롯데지주, SK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 임원들을 한데 모아 청와대가 경청의 자세를 취했다는 점에서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통령 경제보좌관이 직접 나와 2시간 넘게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가감없이 들은 건 아주 드문 일”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신남방정책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기업들이 (신남방 국가 진출에)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특위를 구성해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신남방특위는 작년 8월 출범한 북방경제위원회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추동력 면에선 훨씬 속도가 빠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위원장이 평가했듯이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활성화돼 있어서다. 베트남 등 아세안과 인도 등 ‘남방’이라 불리는 국가엔 국내 기업 9000여 곳이 진출해 있다. 전문가들도 북한 비핵화 문제와 연동돼 있는 북방위에 비해 신남방특위에 ‘알맹이’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날 비공개로 열린 간담회에서 기업들은 여러 애로사항을 건의했다. 현대차는 동남아시아에 차량 조립 및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양국 정부가 부품 무관세화를 적극적으로 협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업과 금융회사가 선단을 이뤄 함께 해외에 진출하는 일본, 중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건의를 받아들여 “다음번 간담회 땐 금융회사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신남방정책의 내실있는 진행을 위해 상설 기업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외교와 국익외교라는 두 가지 외교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핵화 중재외교는 대표적인 국민외교 성과다. 하지만 국익을 증진하기 위한 외교라는 측면에선 그간 미흡한 점이 여러 차례 지적됐다. 과실이 결국 대기업에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기우 탓이 컸다. 기업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끝까지 유지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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