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따고도 이렇게 국민들의 비난을 받는 경우가 또 있을까. 지난 8월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은 금메달을 땄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른바 '오지환 논란'으로 불거진 병역 특혜 의혹이 핵심이었다. 선 감독은 아시안게임 직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국정 감사를 앞둔 일주일 앞둔 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독 KBO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 이제서야 입장 밝힌 이유는?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전임 감독이 4일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 병역 미필선수 선발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전임 감독이 4일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 병역 미필선수 선발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안게임이 끝난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 사이 선 감독을 향한 의혹과 비난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이날 선 감독은 기자회견을 열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 "그동안 저 스스로 지나치게 신중함을 가졌는데 그게 오히려 더욱 큰 의혹들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여러분들의 질문에 답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운을 뗐다.

이어 "아시안게임 대회가 끝난 후 나도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고 또 생각할 시간도 필요했다. 나 역시도 이제는 국민들과 대면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빨리 이런 자리를 만들어 의혹을 해소할 수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 선동렬 감독은 지난해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돼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이어 올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지휘했다.

이 대회에서 선동렬 감독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명목으로 아마추어 선수없이 전원 프로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목표했던 금메달을 따긴 했지만 선수 구성에 비해서 내용이 부실했다. 실업야구 선수 위주로 팀을 꾸린 대만에게 패배했고 약체로 평가받던 홍콩을 상대로 정규이닝을 모두 소화하며 승리를 거두는 등 야구팬들의 지탄을 받았다.

그러자 엔트리 선발 방식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병역 미필 선수들은 병역 특례 혜택을 받게 된다. 몇몇 선수들이 이를 바라고 입대를 미뤄왔고 엔트리에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에 더해져 '청탁 의혹'까지 나왔다. 한 시민단체는 선동렬 감독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신고하기도 했다.

▲ "선수선발 과정은 공정했다"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전임 감독이 4일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 병역 미필선수 선발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전임 감독이 4일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 병역 미필선수 선발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선 감독은 선수선발 과정은 공정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대표팀 선수 선발 과정에서 어떠한 청탁이나 불법행위는 없었다. 저와 국가대표 야구팀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 명예훼손은 자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선 감독은 다시 한 번 "선발과정은 공정했다. 코칭스태프와 치열한 토론을 거쳤고 통계, 출장기록, 포지션, 체력 등 여러 지표를 체크했다.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감독인 제가 최종결정을 내렸다"고 곳곳에서 불거지는 의혹을 일축했다.

이 자리에서 선 감독은 "아시안게임 참가 최종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코칭스태프와 당일에 3시간 정도 회의를 가졌다. 백업 멤버를 두고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베스트 멤버 9명을 먼저 선발하자고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결정했다. 그래서 내야수 베스트로는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안치홍(KIA 타이거즈) 최정(SK 와이번스) 김하성(넥센 히어로즈)을 뽑았다. 그리고 베스트 멤버의 뒤를 받치는 멤버를 누구를 뽑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선 감독은 그러면서 "개인 성적이 어느 정도로는 받쳐줘야 한다고 봤다. 1루수의 경우 김현수(LG)가 외야도 겸할 수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2루수와 3루수 백업에서 고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선 감독은 2루수 백업 멤버로 박민우(NC 다이노스)와 최주환(두산)을, 3루수에는 허경민(두산)을 두고 저울질했다.

그는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으로는 허경민(두산 베어스)을 가장 좋게 봤다. 그러나 허경민은 대표팀 최종 선발 당시 허리가 안좋았다. 또한 자카르타 현지 날씨도 고려해야 했다. 체력적인 면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선 감독은 "3루수 자리에 구멍이 났을 때 김하성이 그 자리로 올 수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유격수 백업이 필요했다. 그래서 해당 포지션(유격수)에 특화된 선수가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오지환은 대표팀 명단 발표 시기에 유격수 기록지표가 2위였다"고 말하며 '오지환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

▲ 국정감사 앞둔 선동열 감독, 국민적 신뢰 회복하기를…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전임 감독이 4일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 병역 미필선수 선발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전임 감독이 4일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 병역 미필선수 선발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 감독은 그러면서도 의혹이 생긴 것에 대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국민적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선 감독은 "앞으로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 더 성찰하고 더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국민과 야구를 사랑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병역 특례에 대한 시대적 비판에 둔감했다. 이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있을 국가대표 선발방식과 병역특례 제도의 변경에 대해서는 정부와 야구협회 결정에 충실히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오는 10일 예정된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됐다. 증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아가 대표팀 감독으로서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야구 대표팀 감독이 감사에 서는 것은 제가 처음이라고 들었다.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다시 한 번 부족함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선 감독은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감독인 내 권한과 책임으로 함께 금메달을 따낸 특정선수에 대한 비난은 자제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대표팀에 대한 최종 책임은 어떠한 경우라도 나의 몫이다. 나와 대표팀, KBO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야구 발전을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선 감독의 말처럼 그는 오는 10일 국정감사 증인석에 선다. 스포츠 감독으로는 첫 케이스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는 지난 2일 오전 선동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조경태 자유한국당, 김수민 바른미래당 위원 등 문체위 위원 세 명이 선 감독을 호출해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을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선 감독이 국민적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고 야구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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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v.naver.com/v/4187570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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