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를 둘러싼 여야 대립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자유한국당과 함께 비준 동의안 처리에 부정적 견해를 보여온 바른미래당의 김관영 원내대표가 “판문점선언과 평양 공동선언 비준 동의를 논의해야 한다”며 입장을 선회해서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여권에 이어 보수 야당인 바른미래당까지 ‘비준 동의’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한국당은 ‘나홀로 반대’를 하는 처지가 됐다.

김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판문점선언에 대해 바른미래당은 ‘선(先) 결의안, 후(後) 비준 동의’를 하자고 주장해왔지만 상황 변화가 있었다”며 “이런 변화를 충분히 고려해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당의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비용 추계 제시를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평양 정상회담 이후 예전보다 비준 동의안 처리에 한층 유연해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이 앞으로 가시화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의 비준을 포괄적으로 동의하는 방법을 국회에서 논의할 시점”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그동안 북한 비핵화에 큰 진전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구속력 있는 비준 대신 선언적 의미인 결의안을 국회에서 먼저 채택하자고 주장해왔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다음달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평양 정상회담 성과를 알릴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여전히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한 비준 동의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평양 정상회담 성과도 평가절하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장 뭐라도 가져올 것처럼 평양과 워싱턴을 분주하게 왔다 갔다 했지만 우리 현실은 안보는 무장 해제됐고, 경제는 파탄 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이 우리 장병들이 목숨으로 지켜온 서해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NLL 포기’ 의혹을 제기하는 한국당을 냉전 수구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해 우발적 충돌을 막고 평화 수역으로 만들자는 협정을 NLL 포기라고 폄하하는 한국당은 평화 번영보다 전쟁을 부추기는 냉전 수구 세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남북 의회 회담 개최 제의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문 의장이 지난 18일 남북한 국회 회담 개최를 제안하는 친서를 보내자 ‘가능하다’는 답을 보낸 것이다. 이 친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통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장은 이어 “북과 남이 역사적인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해 나가는 데 의회와 각 정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회담 일정은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조율하자”고 제안했다. 또 “한국에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비준동의 문제가 하루빨리 성사되기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회는 이른 시일 내에 ‘남북 국회 회담 실무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계획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