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한국 게임이 호령했던 세계 총싸움 게임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내 업체가 제작한 인기 게임 ‘플레이어스언노운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이용자가 급감하는 반면 미국 ‘포트나이트’ 등 해외 경쟁작 이용자는 급증하고 있다.

◆동시 접속자 100만 명 붕괴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에서 배틀그라운드의 세계 동시 접속자 수는 10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동시 접속자 수는 같은 시간 특정 게임을 이용하는 게이머 수로 게임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배틀그라운드도 지난해 3월 출시(베타 버전) 이후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주목받았다. 출시 6개월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12월에는 300만 명을 넘어서 스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처음으로 10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어떤 인기 게임이라도 콘텐츠 소진과 피로도, 경쟁작 출연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이용자 수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배틀그라운드의 하락세는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트나이트
포트나이트
◆시장 잠식하는 포트나이트

가장 큰 요인은 해외 경쟁 게임의 ‘급속한’ 시장 잠식이다. 미국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최대 경쟁작이다. 지난해 7월 PC 버전으로 처음 나온 이 게임은 올 2월 세계 동시 접속자 수가 340만 명을 돌파했다.

에픽게임즈는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의 메인 스폰서까지 맡았다. 한국 내 인기몰이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포석이다.

지스타 메인 스폰서가 정해지기 전 게임업계에서는 펍지나 펍지의 모회사인 블루홀이 스폰서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지스타에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은 업체가 다음해에 메인 스폰서를 맡았기 때문이다.

지스타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모든 국내 업체에 스폰서 제안을 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며 “메인 스폰서인 에픽게임즈는 지스타에서 홍보분야 등의 각종 프리미엄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스폰서 비용은 1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미국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가 다음달 정식으로 출시하는 ‘블랙옵스4’도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배틀로열 모드(이용자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서로 싸우는 방식)가 포함돼 있다. 블랙옵스4는 인기 총싸움 게임 시리즈인 ‘콜오브듀티’의 후속작이다.

◆불법 프로그램까지 기승

美 게임에 밀리나… 韓 '배그' 이용자 60% 급감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펍지의 서비스 운영이 미흡해 이용자가 떠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불법 프로그램(일명 핵)에 대한 회사 측 대응이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배틀그라운드에서는 자동 조준, 이동속도 증가, 다른 이용자의 위치 표시 등 불법행위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불법 프로그램은 게이머 간 공정한 경쟁을 막아 게임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해킹처럼 PC 게임에서 ‘핵’을 100% 막기는 어렵다”며 “펍지도 불법 프로그램 대응에 힘겨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팎의 변수에도 배틀그라운드가 이전만큼의 인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펍지 측은 인기 급락에 대해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펍지 관계자는 “스팀의 배틀그라운드 이용자 감소는 카카오게임즈를 통한 국내 게임 유통, 콘솔용과 모바일 버전 출시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의 다각화가 원인”이라며 “게임 내 불법 프로그램도 ‘픽스 펍지’(이용자가 제기한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를 통해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