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청와대의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 요청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왼쪽은 김성태 원내대표.  /연합뉴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청와대의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 요청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왼쪽은 김성태 원내대표. /연합뉴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인적 청산의 칼을 빼들었다. 전국 당협위원장 교체 카드다. 미국에 체류 중인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15일 귀국 계획을 밝힌 것과 맞물려 한국당의 당권 향방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9일 “당헌·당규에 따라 이번 추석을 전후해 전국 253개 지역 당협위원회에 대한 당무 감사 계획을 각 위원회에 공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교체 비율은 아직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60일간의 당무 감사에서 하위 평가를 받은 당협위원장은 교체할 것”이라고 했다. 감사 결과는 연말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17일 한국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 위원장은 약 두 달간을 당 정체성 확립에 매진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이념을 ‘국가주의’로 규정하고, 한국당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자율주의’로 정의했다. 이번 당무 감사는 김 위원장이 본격적인 쇄신의 칼을 빼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2020년 총선을 치를 새로운 인물을 구하겠다는 것이다.

당협위원장은 전국 각 선거구의 책임자다. 당의 지방 조직을 관리하며 지방선거에선 후보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주로 현역 국회의원이나 차기 총선 출마 예정자가 맡는다. 정치권에선 이번 인적 쇄신의 핵심이 결국 ‘홍준표 키즈’ 교체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국당은 홍 대표 체제이던 지난해 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무 감사를 통해 전체 당협위원장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62명을 교체했다.

홍 전 대표가 15일 귀국하기로 하면서 그가 한국당의 인적 쇄신 과정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홍 전 대표가 김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 전 대표는 미국에서 수차례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논평을 내놓으면서도 김 위원장을 비롯한 당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홍 전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결행한 ‘2선 후퇴’ 시기가 어느 정도 끝났다는 판단을 하면 김 위원장 체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당 안팎에선 홍 전 대표가 내년 초 치러질 예정인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에 재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국당 내에는 여전히 홍 전 대표와 가까운 인물들이 원내와 원외에 상당수 배치돼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전국 당협위원회를 어떻게 재편하느냐에 따라 홍 전 대표의 정치 복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홍 전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또다시 갈등의 대한민국으로 들어간다”며 “내 나라가 부국강병한 나라가 되고 선진 강국이 되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두 달 동안 36년 만의 휴식과 힐링의 시간을 미국에서 보냈다”며 “나머지 인생을 대한민국을 위해 어떻게 헌신해야 할지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