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년간 180조 투자 4만명 채용
현대차, 친환경차·고급 브랜드 강화
SK, 반도체·소재·에너지 등 집중
LG, 혁신성장 분야 R&D 투자 확대
삼성이 재계의 예상을 뛰어넘은 ‘통 큰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 여건’과 ‘미래 성장 산업 선점’이 자리잡고 있다. 터키발(發) 금융 위기, 미국·중국 무역전쟁,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 경영을 둘러싼 국내외 경영 여건이 일시에 악화된 상황에서 게임의 판도를 단숨에 뒤엎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도래하자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뿐 아니라 대다수 국내 대기업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퍼펙트 스톰(태풍 등 두 개 이상의 자연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재앙으로 발전하는 현상)’에 대한 해법으로 과감한 투자를 통한 기존 사업의 경쟁력 제고 및 미래 먹거리 확보를 내걸었다. 인공지능·에너지 등 신사업에 투자
삼성은 현재 주력 사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사업과 함께 4대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차량용 전자장비(전장부품)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글로벌 디지털 리더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4대 성장 동력 사업에는 25조원이 투입된다. 삼성은 한국과 미국, 영국, 러시아 등 6곳의 AI 센터를 거점으로 1000여 명의 인재를 확보할 예정이다. 바이오는 삼성이 ‘제2의 반도체’로 집중 육성하는 사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규모 세계 1위를 목표로 인천 송도에 신축한 제3공장을 2020년부터 가동한다.
다른 기업들도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LG그룹은 올해 국내 투자 계획을 전년(17조6000억원)보다 8% 증가한 19조원으로 잡았다. 이 중 50% 이상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에너지 등 혁신성장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혁신 성장 분야의 연구개발(R&D) 확대, 고부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약 1만 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한다.
SK그룹은 반도체·소재, 에너지,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미래 모빌리티, 헬스케어 분야에 3년간 8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만 27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향후 3년간 2만8000명을 신규 채용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향후 5년간 차량 전동화, 스마트카(자율주행·커넥티드카), 로봇·AI, 미래에너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 등 5대 신사업 분야에서 20조원을 쏟아붓고 4만5000명을 신규 고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로봇과 AI는 올해 초 현대차가 공식적으로 처음 밝힌 주력 사업 분야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경쟁력 강화
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현대차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한 번 충전으로 서울~광주를 왕복(약 609㎞)할 수 있는 수소차 넥쏘를 출시했다. 코나EV, 니로EV(기아차) 등 전기차도 잇따라 내놨다. 2030년에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고급 브랜드와 고성능 라인업도 보강하고 있다. 2015년 출범한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는 G80과 EQ900(해외명 G90) 등 프리미엄 세단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데 이어 대중적인 모델 G70도 선보였다. 고성능 라인업 N으로는 i30N과 벨로스터N 등을 공개했다.
SK그룹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를 추진 중이다. 그 일환으로 SK이노베이션은 No.3 PX공장과 SK인천석유화학 PX공장에 세계 최초로 신개념 열교환망(EEAC)을 적용해 기존 공장보다 15% 이상 열효율을 내고 매년 400억원이 넘는 연료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에 차세대 반도체공정인 극자외선(EUV)장비를 도입한다. 이는 반도체 원판에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공정에 쓰이는 차세대 장비로, 반도체 성능과 생산 효율을 높인다. SK하이닉스는 약 3조5000억원을 들여 경기 이천에 이 장비가 들어간 M16 반도체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LG그룹도 공격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LG전자의 프리미엄 통합 브랜드 ‘LG시그니처’가 대표적이다. 올레드TV와 세탁기, 냉장고 등을 시작으로 시그니처 브랜드를 적용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시그니처는 일반 프리미엄 제품보다 가격이 1.5~2배 이상 높은데도 당초 목표보다 두 배 이상의 판매량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2016년 3월 시그니처 브랜드를 선보인 뒤 지난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40개국으로 진출 국가를 확대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