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새 에너지 기본 계획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플루토늄 보유량 축소 방침을 처음으로 명시했다. 일본이 핵무기 개발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다량 보유해 “북한에 핵 보유 구실을 준다”는 국제 사회의 비판 여론을 받아들인 결과다. 다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이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플루토늄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플루토늄 감소 △신재생 에너지를 주력자원으로 활용 △원자력 재가동 정책 병행 등의 내용을 담은 에너지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2014년 처음 제정된 이후 4년만에 개정됐다.

플루토늄은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한 뒤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로, 핵폭탄 제조에 쓰이는 원료다. 일본에는 현재 5000개 이상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47t의 플루토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플루토늄을 원전 재가동에 활용하기 어려워지면서 재고가 적체됐다.

일본이 플루토늄 보유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그동안 일본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비판을 퍼부으면서 정작 보유한 플루토늄을 처분하지 않고 있다는 국제 사회의 비판 때문이다. 일본 정부 부처가 합의한 문서 초안에는 ‘플루토늄 보유량 감소’ 항목이 없었지만 이같은 비판에 대처 방침을 명확히 해야한다는 외무성의 의견을 수렴해 나중에 포함시켰다. 플루토늄을 원자력 발전소 운영에 재사용하겠다는 큰 틀 아래 일본 원자력위원회가 세부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재가동되는 원자력 발전소가 적은 까닭에 플루토늄 감소가 얼마나 가능할지 미지수라는게 니혼게이자이의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현재 9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증설 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날 발표한 에너지 계획에는 ‘원전 사고의 원점으로 돌아가, 책임감 있고 진지한 자세에서 (원전을) 바라보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내용만 적어놨다. 일본 정부가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이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가 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니혼게이자이는 “이를 맞추려면 원전 30개를 가동해야하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향후 50년간 에너지 운용 전략도 발표했다. 태양광, 풍력발전 등 재생 에너지 활용을 최대한 늘리기로 했다. 신재생 에너지 가동의 최대 변수인 날씨에 따른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석탄 발전소는 설비를 순차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