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인천대 총장이 세계 최초로 대학경영에 시도하는 6대 혁신안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대  제공
조동성 인천대 총장이 세계 최초로 대학경영에 시도하는 6대 혁신안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대 제공
조동성 국립 인천대 총장은 지난 3월 교육부로부터 ‘고등교육 혁신사례 발굴 요청’이라는 공문을 받았다. 전국 국립대학의 학사운영, 교수학습, 장학시설 등 주요 혁신사례를 발굴해 확산시키기 위한 협조 공문이었다. 조 총장은 “교육부에서 보내 온 공문에는 인천대의 매트릭스 교육제도가 혁신사례로 소개돼 있었다”며 “세계 최초로 대학에서 추진하는 여섯 가지의 혁신 정책은 인천대를 변환점에 서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성 인천대 총장 "세계 대학 최초로 추진하는 6대 혁신정책, 인천大 변환점 될 것"
조 총장은 2016년 인천대 총장 취임 후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대학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추진하는 대학운영 정책 6개, 국내 최초 5개, 학내 최초 8개 혁신사례를 엮은 ‘인천대학교 혁신사례집’을 제작해 교육부에 제출했다.

▷혁신의 주체가 총장·교수가 아니라 실무자들입니다.

“인천대의 혁신사례 총 61개 중 33개가 단과대학 등 현장 실무자에게서 나왔습니다. 지도자는 혁신의 공간을 만들어주고, 실무자는 자신들이 혁신 주체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대학의 혁신은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톱다운(Top-down)이 아니라 아래에서 시작해야 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이어야 합니다.”

▷교권을 경영자에게 위임하는 매트릭스 교육법이 왜 필요합니까.

“교육과정 일부를 기업과 공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급자(대학·교수)가 학과 설계 권한을 수요자(직장·경영자)에게 위임하는 것입니다. 산학합동 수업에서 교수가 한마디 거들면 기업인은 입을 닫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영자가 교수 대신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학교 속 기업’을 조성해야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육성할 수 있습니다.”

조동성 인천대 총장이 세계 최초로 대학경영에 시도하는 6대 혁신안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대  제공
조동성 인천대 총장이 세계 최초로 대학경영에 시도하는 6대 혁신안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대 제공
▷단과대학·학과의 예산배정 기준을 학생정원에서 수강생 숫자로 변경했습니다. 인기 위주의 강의 등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학점 배정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후한 학점으로 수강생을 늘릴 수 없습니다. 인기수업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수업방식을 개발하는 계기가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납니다. 심도있는 강의일수록 재밌게 교육할 수 있는 교육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대학 예산배정 기준이 학생정원인 경우 학과에서는 학생 수 늘리기에만 집중하고 정원축소는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학과 예산이 타 학과보다 많다는 것은 위상을 상징합니다. 이제는 열심히 잘 가르쳐서 수강생들이 늘어나면 예산을 더 받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학과는 정원 확보에 매달리지 않고, 수요자들은 교육만족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요.”

▷대학에서 공유가치창출 예산편성도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겁니까.

기존에는 단과대학이나 학과에서 컴퓨터 등 기자재를 구입할 경우 구입 목적에 ‘연구업적 증진’과 ‘교육수준 향상’이라고 적었습니다. 그것이 곧 예산편성 기준이었지요. 지금은 기자재 구입으로 인한 일자리창출, 지역사회와 국가 기여도, 사회문화 창달, 자연환경 보호 등 사회적 가치 기준을 첨가했어요. 실무부서에서는 번거롭지만 예산편성에 공유가치 창출이라는 가치를 부여하면 모든 업무에 보람과 자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인천대가 추진하는 국제교육지도사 자격제도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 100만 명의 실업자가 있다면 200만 개의 일자리가 있습니다. 그만큼 직업에 대한 눈높이가 높습니다. 2016년부터 인천대에서 미래전략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제교육사 자격제도는 외국에 나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양성이 아닙니다. 다양한 언어로 수학·과학·예체능을 가르치는 능력을 키워 젊은이들을 세계로 진출시키는 또 하나의 한류입니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도전의식과 직업 눈높이에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를 집중 연구하는 ‘접근 방식의 혁신’은 어떤 내용입니까.

“주요 대학의 학문 융합은 특별주제나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연구주제를 잡아서 유명 저널에 게재하는 방식입니다. 인천대는 바이오, 통일후통합,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 스마트시티 등 주요 주제를 만들었습니다. 이 주제를 가지고 인문, 사회, 공학, 예술전공 교수들이 집중 연구하는 방식입니다. 통일후통합 주제에 대한 연구는 인문사회 교수보다 공학계열 교수들에게 관심이 더 높습니다. 통일이 되면 건설, 교통, 정보통신기술 분야가 새롭게 열리기 때문입니다. 64개 학과 교수들이 초점 5개 중 하나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융합연구를 하면 2~3개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업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전 직원과 조교에게 석·박사 학위 취득 기회를 제공한다고 들었습니다.

“기존 질서를 변화시키는 게 문화의 혁신입니다. 인천대 직원들은 그동안 인천공대→인천대→시립인천대→인천전문대 통합→국립대 전환 등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인천대의 혁신은 구성원의 능력과 긍정적인 자세입니다. 전 직원과 조교선생들의 상위 학위 취득은 교수와 학생을 이해하는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인생 설계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세계 최초로 대학 구성원 전부를 박사학위 취득자로 만드는 대학이 되도록 추진하겠습니다.”

인천대는 이 밖에 대학 조직도를 거꾸로 만드는 등 고정관념을 버리는 상징의 혁신도 추진하고 있다. 퇴역 크루즈선을 도입해 기숙사로 활용, 학생들에게 낭만과 추억을 제공하는 정책 추진도 상징의 혁신에 해당한다.

조동성 총장 약력

△1949년 서울 출생 △경기고·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박사학위 △1978년 당시 최연소인 29세에 서울대 교수 임용 △2001~2003년 서울대 경영대학장 △2014~2016년 중국 장강경영대학원(CKGSB) 교수 △2016년~ 인천대 총장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