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미일 정상 간 밀월에 대한 아베의 '오산' 엿보인다"

사학스캔들 등으로 벼랑끝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7~20일 방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한 반전을 모색한다.

아베 총리는 국내 신뢰도 하락을 미일정상회담으로 회복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처지는 자못 심각해 그의 뜻대로 될 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이 1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31%로 한 달 전과 마찬가지로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최저 상태가 지속했고 비(非)지지율은 4%포인트 오른 52%로 가장 높았다.

앞서 교도통신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선 내각 지지율이 37%로 보름새 5.4%포인트나 떨어졌다.
벼랑끝 아베, 미일정상회담 카드로 반전 모색… 전망은 '글쎄'
여기에 이달 14일 도쿄 국회 앞에서 열린 반(反) 아베 집회에 주최 측 추산 3만명 이상이 모여 사퇴를 촉구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는 최근 아예 "아베 총리의 3선은 어렵다.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고까지 거론했다.

요약하면 일본 내 현안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재팬 패싱(배제)' 우려가 여전하고 미일 무역문제가 심각해 아베 총리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미일관계 강화라는 '트럼프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해 "(일본은) 미국의 북미대화 표명에 대한 진의를 확인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나, 갑작스러운 방미에는 미일 정상간 밀월에 대한 (일본의) 오산(誤算)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아베 총리는 북한문제에서 미일 간 완전한 의견 일치를 연출하고 싶어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일 무역적자 해소와 미일 무역협상을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명백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아베 총리의 노림수가 실현되겠느냐는 것이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지난달 9일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간 대북 압력 일변도를 강조하던 아베 총리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신조(아베 총리의 이름), 굿 뉴스"라며 "북한의 체제 유지를 전제로 비핵화 협상을 하고 싶다"는 예상외의 발언을 듣고 "연락을 줘 고맙다"고만 짧게 답한 뒤 방미 의사를 전했다.

이로볼 때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의를 달기보다는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와 일본인 납치 문제의 진전을 촉구하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벼랑끝 아베, 미일정상회담 카드로 반전 모색… 전망은 '글쎄'
경제 현안에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본 정부는 그간 미국의 수입철강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에 유감을 표시했으나, 미국은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이를 의식해 아베 총리가 수입철강 고율 관세부과 대상에서 일본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으나, 그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일무역 적자 문제를 이유로 일본의 자동차와 농업 분야 시장 개방 등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사히는 이때문에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요구안을 '봉인'할 태세라고 전했지만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무역적자 감소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은 미국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자동차 업계 등 일본 기업의 대미 신규 투자를 제안할 방침이지만 이또한 트럼프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벼랑끝 아베, 미일정상회담 카드로 반전 모색… 전망은 '글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