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 끓인 한국 탕류 잘못… 조리법 개발해야"
“그동안 한국에는 음식 평론이 없었습니다. 지금 한식에 필요한 것은 맛집이나 전통, 손맛이 아니라 비평이죠.”

이용재 음식 평론가(사진)는 ‘한국 음식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로 꼽힌다. 2013년 《외식의 품격》으로 빵과 파스타, 스테이크 등 서양 음식의 올바른 조리법을 다룬 그는 지난 6월 내놓은 《한식의 품격》에서 한식의 고질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이 평론가는 “서양에선 재료의 특성에 맞는 요리법을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며 “반면 한식은 전통과 손맛이라는 이름으로 옛 방식을 고수하려고만 한다”고 했다. 예컨대 서양에선 스테이크 겉면을 지져 육즙을 가둘 수 있다는 주장이 1930년대에 간단한 실험을 통해 논파됐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한식은 아직 요리의 기본 원리를 모른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다섯 가지 맛인 짠맛, 단맛, 신맛, 쓴맛, 감칠맛이 조화를 이루면서 ‘맛있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한식은 이런 고민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한식은 요리 온도와 익힘도 극단적”이라고 했다. 그는 의문을 제기한다. 왜 설렁탕이나 생태탕을 펄펄 끓는 상태로 내와 입천장을 데면서 먹어야 할까. 이 평론가는 “한국인은 펄펄 끓는 국물을 ‘시원하다’고 미화하지만, 제대로 된 조리법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난하던 시절 재료가 없어 부실한 맛을 숨기기 위해 국물을 뜨겁게 달궈 먹던 게 습관처럼 내려 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본래 건축가였다.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약 4년 일하다 2009년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더는 회사에 다닐 마음이 없어 잡지에 건축에 대한 글을 기고하다 음식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부모가 맞벌이여서 어려서부터 음식을 직접 해 먹었고, 미국에서 살 때도 요리 프로그램이나 책을 보면서 독학했다고 한다.

그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외국, 특히 서양 요리의 기준으로 한국 음식을 재단한다는 것이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양식 방법론을 그대로 한식에 적용하자는 말이 아니라 과학의 눈으로 한식을 들여다보자는 말입니다. 유독 음식 영역에서만큼은 과학적 근거나 사고, 기술을 적용하는 시각에 깊은 반감이 있는데, 이를 극복해야 자동차나 휴대폰을 수출하듯 한식을 세계에서 팔 수 있습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