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방위산업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이 자본시장을 통한 차입을 늘리고 있다. 프랑스 탈레스와의 합작관계를 최근 정리한 뒤 경영진이 재무전략에 적극적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전자단기사채 발행한도를 1000억원으로 설정한다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화시스템은 작년까지 좀처럼 발행하지 않던 기업어음(CP)과 채권을 통해 올 들어 1000억원 이상 조달했다.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1100억원어치의 CP를 찍었고, 지난달 28일 300억원 규모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탈레스와의 합작관계가 종료된 뒤 나타난 변화다. 한화시스템의 모기업인 한화테크윈은 탈레스가 갖고 있던 한화시스템 지분 50%를 지난해 10월 인수해 이 회사를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시장에선 안정적인 재무관리를 중시하는 탈레스와 결별하면서 한화시스템이 자금 조달과 운영 방식 측면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오랫동안 유지한 무차입 경영 기조가 깨질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한화시스템은 삼성전자와 탈레스가 합작해 설립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총차입금이 현금성자산보다 적은 실질적인 무차입 상태를 유지해 왔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진 차입금이 없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이 회사 총차입금이 34억원, 현재 채권과 CP 발행잔액이 1100억원임을 고려하면 차입금이 현금성자산 규모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화시스템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136억원이다.

IB업계에선 한화시스템이 연구개발(R&D) 등 기술력 향상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앞으로 자본시장을 통한 조달을 더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경기 용인·판교, 경북 구미, 대전 등 여러 지역에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 2057명(지난해 말 기준)의 약 70%가 R&D 관련 업무를 맡고 있으며, 매년 400억~500억원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