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에 안착하자 원유 관련 상장지수증권(ETN)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 내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한 달 넘게 배럴당 40달러대에 머물던 유가가 50달러를 넘어서자 ‘단기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지난 9월 3거래일(9월11·12·29일)을 제외하고 한 달 내내 ‘신한 레버리지(차입) WTI원유 선물 ETN’을 순매도했다. 하루 평균 순매도량은 23만8448주다. 이 ETN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 상승분의 약 두 배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WTI 선물 가격이 하락할 땐 손실도 두 배로 커진다. 개인들은 지난 9월 ‘TIGER 원유선물Enhanced’ ETF도 하루 평균 28만6709주 내다 팔았다.

WTI 선물 가격은 지난 9월20일 배럴당 50.41달러로 한 달 반 만에 50달러 선을 회복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유가 상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주도하는 원유 감산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고, 감산도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적으로 원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55달러를 넘으면 미국 셰일 오일 업체들의 증산이 활발해질 수 있다”며 “유가가 추가로 상승하긴 힘들 것으로 판단한 개인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원유 관련 재테크 상품을 팔고 있다”고 했다.

유가 하락에 적극적으로 베팅하는 개인들도 있다. 개인들은 지난 9월 유가 하락분의 두 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신한 인버스(역방향) 2X WTI원유 선물 ETN’을 하루 평균 5만703주 순매수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