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0일간의 공매도 놀이터'…유상증자 기업 소액주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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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 발행가액 산정 기간동안 공매도 세력 몰려
올해 유증기업 10곳 중 9곳 주가 19% 하락
미리 할인율 정하는 관행이 공매도 부추겨
올해 유증기업 10곳 중 9곳 주가 19% 하락
미리 할인율 정하는 관행이 공매도 부추겨
▶마켓인사이트 8월14일 오후 2시5분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자연과환경은 지난달 유상증자로 191억원을 조달했다. 증자를 결의한 지난 4월 282억원을 모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3분의 2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다. 증자 결의 당시 3695원이던 주가가 신주 발행가액을 확정한 6월9일 2575원으로 30.3% 떨어진 탓이다. 이 기간 자연과환경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네 배 많은 공매도가 몰렸다. 미리 정한 할인율을 시가에 적용해 신주 발행가액을 정하는 관행이 공매도를 부추겨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매도 부추기는 유상증자 관행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 공모하는 유상증자에서 신주 발행가액을 산정하는 방식은 2009년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자유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기업이 수요를 예측해 가격을 결정하는 대신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옛 규정을 따르고 있다. 그래야 뒷말이 나올 위험이 적고 높은 할인율을 앞세워 확실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주배정 기준일 전 일정 기간 △구주주 청약일 전 일정 기간 △청약일 직전 3~5거래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지는 가격 산정 과정에서 공매도 세력이 개입해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가 올 들어 이뤄진 21건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분석한 결과 발행가격 산정 기간에 주가가 떨어진 기업은 90.4%(19개)에 달했다. 평균 59일 동안 19.2% 떨어졌다.
기준시가에 미리 공시한 할인율(평균 24.5%)을 반영해 확정하는 발행가액은 증자 결의 전날 종가 대비 평균 41.5% 낮게 매겨졌다. 한 증권사 유상증자 담당자는 “아무리 주가가 빠져도 미리 공시된 할인율을 적용해 더 싸게 발행가액이 정해지기 때문에 60일 정도 걸리는 발행가액 산정 기간에 꾸준히 주식을 빌려 판 뒤 배정받은 신주로 갚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요예측으로 가격 산정해야”
전문가들은 소액주주의 피해를 줄이려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하는 ‘수요예측’ 방식으로 발행가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주를 배정받으려는 수요가 많으면 시가 대비 할인율이 낮아져 공매도 투자자가 올릴 수 있는 차익도 줄어든다.
빌린 주식을 갚으려면 무조건 신주를 배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신주 수요가 많으면 입찰가를 올려 부르면서 스스로 차익을 줄이는 문제도 발생한다. 자연스럽게 공매도 투자 유인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이유로 기업공개(IPO)에서는 수요예측을 통한 공모가액 산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2014년에는 회사채 발행 때도 수요예측 방식을 의무화했다.
김석봉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전무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때 실권주 발행을 못 하도록 규제하는 것도 소액주주 피해를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권주가 생기면 신규 발행하는 주식 수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일반 공모가 없기 때문에 공매도 세력이 개입해 주가가 급락할 위험은 막을 수 있다. 김 전무는 “할인율이 높아도 지분이 희석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주주에게 피해가 가지 않거나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자연과환경은 지난달 유상증자로 191억원을 조달했다. 증자를 결의한 지난 4월 282억원을 모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3분의 2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다. 증자 결의 당시 3695원이던 주가가 신주 발행가액을 확정한 6월9일 2575원으로 30.3% 떨어진 탓이다. 이 기간 자연과환경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네 배 많은 공매도가 몰렸다. 미리 정한 할인율을 시가에 적용해 신주 발행가액을 정하는 관행이 공매도를 부추겨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매도 부추기는 유상증자 관행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 공모하는 유상증자에서 신주 발행가액을 산정하는 방식은 2009년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자유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기업이 수요를 예측해 가격을 결정하는 대신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옛 규정을 따르고 있다. 그래야 뒷말이 나올 위험이 적고 높은 할인율을 앞세워 확실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주배정 기준일 전 일정 기간 △구주주 청약일 전 일정 기간 △청약일 직전 3~5거래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지는 가격 산정 과정에서 공매도 세력이 개입해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가 올 들어 이뤄진 21건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분석한 결과 발행가격 산정 기간에 주가가 떨어진 기업은 90.4%(19개)에 달했다. 평균 59일 동안 19.2% 떨어졌다.
기준시가에 미리 공시한 할인율(평균 24.5%)을 반영해 확정하는 발행가액은 증자 결의 전날 종가 대비 평균 41.5% 낮게 매겨졌다. 한 증권사 유상증자 담당자는 “아무리 주가가 빠져도 미리 공시된 할인율을 적용해 더 싸게 발행가액이 정해지기 때문에 60일 정도 걸리는 발행가액 산정 기간에 꾸준히 주식을 빌려 판 뒤 배정받은 신주로 갚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요예측으로 가격 산정해야”
전문가들은 소액주주의 피해를 줄이려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하는 ‘수요예측’ 방식으로 발행가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주를 배정받으려는 수요가 많으면 시가 대비 할인율이 낮아져 공매도 투자자가 올릴 수 있는 차익도 줄어든다.
빌린 주식을 갚으려면 무조건 신주를 배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신주 수요가 많으면 입찰가를 올려 부르면서 스스로 차익을 줄이는 문제도 발생한다. 자연스럽게 공매도 투자 유인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이유로 기업공개(IPO)에서는 수요예측을 통한 공모가액 산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2014년에는 회사채 발행 때도 수요예측 방식을 의무화했다.
김석봉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전무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때 실권주 발행을 못 하도록 규제하는 것도 소액주주 피해를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권주가 생기면 신규 발행하는 주식 수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일반 공모가 없기 때문에 공매도 세력이 개입해 주가가 급락할 위험은 막을 수 있다. 김 전무는 “할인율이 높아도 지분이 희석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주주에게 피해가 가지 않거나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