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서 화장품 사는 그녀들…럭셔리 지고 대중 브랜드 뜬다
“라끄베르와 상의하세요.”

1990년대 후반 유행어가 된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 라끄베르의 TV광고 카피다. 당시 소비자에게 널리 사랑받던 화장품 브랜드는 ‘라끄베르’와 애경의 ‘마리끌레르’, 태평양(현재 아모레퍼시픽)의 ‘미래파’, 소망화장품의 ‘꽃을 든 남자’ 등 동네 화장품 가게를 통해 유통되던 대중적인 ‘매스 브랜드(mass brand)’들이었다. 2000년대 들어 ‘3300원 화장품’을 앞세운 미샤·더페이스샵 등 로드숍이 등장하면서 이들 ‘화장품 가게 브랜드’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입생로랑·나스 등 수입브랜드가 TV드라마 간접광고(PPL)로 히트를 치면서 브랜드 입지는 더 좁아졌다.

최근 매스 브랜드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와 애경 ‘에이지투웨니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는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가며 럭셔리 브랜드와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올리브영과 같은 뷰티&헬스스토어, TV홈쇼핑, 온라인쇼핑몰이 커지면서 생긴 변화다.

◆뷰티&헬스스토어에서 쇼핑

올리브영서 화장품 사는 그녀들…럭셔리 지고 대중 브랜드 뜬다
소비자 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럭셔리화장품 시장점유율은 2011년 55%에서 작년 44%로 떨어졌다. 반면 매스 브랜드 점유율은 같은 기간 34%에서 38%로 늘었다. 로드숍 브랜드는 18~19%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샤넬 디올 등 백화점 1층에 입점한 브랜드는 럭셔리, 에이지투웨니스처럼 홈쇼핑 등 여러 유통망에 제품을 납품하는 브랜드는 매스, 매장에서 한 브랜드만 판매할 경우 로드숍으로 분류했다.

작년 한국 소비자에게 가장 인기를 끈 브랜드로는 아이오페, 에이지투웨니스, A.H.C 등이 뽑혔다. 칸타월드패널이 작년 15~65세 여성 소비자 패널 9700명의 화장품 구매를 분석한 결과다. 수입 브랜드 중에선 피지오겔과 세타필만 이름을 올렸다. 품목별로는 인기 브랜드가 달랐다. 파운데이션 1위는 에이지투웨니스였고, 선크림은 더페이스샵, 쿠션은 아이오페, 아이크림은 A.H.C가 가장 인기 있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한 브랜드에서 여러 제품을 구매하던 2000년대와 달리 최근 소비자들은 제품별로 다른 브랜드 상품을 구매한다”며 “1990년대 화장품 가게에서 여러 브랜드 제품을 구매했던 것처럼 요즘 소비자들도 한 곳에서 여러 브랜드 화장품을 산다”고 말했다.

◆백화점 매장도 편집숍 변신

이런 소비패턴 변화는 뷰티&헬스스토어와 모바일, 홈쇼핑 등의 유통채널 인기에 따른 것으로 칸타월드패널은 분석했다. 뷰티&헬스스토어에서 제품을 구매해본 소비자 비율은 2014년 19.3%에서 작년 26.7%로 늘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로드숍과 백화점 화장품 코너도 여러 브랜드를 통합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매장 운영을 바꾸고 있다. 에이블씨엔씨와 LG생활건강은 자사 브랜드를 한데 모은 편집매장인 ‘뷰티넷’과 ‘네이처컬렉션’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130개인 네이처컬렉션 매장을 올해 안에 26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화장품 편집매장 ‘시코르’를 작년 대구점에 처음 연 데 이어 지난달 29일 부산 센텀시티점에 세 번째 매장을 열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기초화장품은 CNP에서 구매하고 색조는 더페이스샵에서 구매하는 식으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편집매장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