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
오는 5월 말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현대백화점 계열 아울렛인 현대시티몰이 들어선다. 불과 1㎞ 남짓 떨어진 문정동 로데오거리 소상공인들과 갈등을 빚은 지 3년여 만이다. 양측은 중소기업청의 10차례에 걸친 조정 끝에 지난 14일 상생 방안에 합의했다.

현대백화점은 쇼핑몰 명칭부터 ‘현대시티아울렛’에서 ‘현대시티몰’로 바꾸기로 했다. 아울렛 상품을 파는 로데오 거리와 경쟁한다는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서다. 당초 총 11개층 중 9개층을 사용하려던 아울렛 공간도 4개층으로 줄이고 다른 상품 매장을 늘렸다. 판매 상품 중 소상공인들과의 중복 브랜드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같은 브랜드를 팔 경우 로데오 점주가 현대시티몰 매장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현대시티몰은 또 소상공인과의 상생협력을 테마로 대규모 판촉행사도 공동 추진할 예정이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이번 사례가 소상공인과 아울렛이 상생하는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생으로 3년간 갈등 해소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문정동 로데오거리, 3년 갈등 끝내고 '상생의 하이파이브'
현대백화점과 문정동 소상공인 간 갈등의 시작은 3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SH공사·가든파이브가 현대백화점 측과 입점 논의를 한다는 소식이 2014년 초 소상공인들에게 알려졌다. 상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로데오 상가 점주들은 반대하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그러나 2015년 1월 가든파이브와 정식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그러자 문정동로데오상점가 진흥사업협동조합은 그해 5월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신청’을 냈다. 사업조정이란 대기업의 사업 진출로 중소기업의 경영 피해가 우려될 경우 대기업에 사업의 인수·개시·확장을 3년 이내에서 연기·축소하도록 권고하는 제도다.

사업조정신청 이후 중소기업청까지 포함한 3자 자율조정회의가 총 10회 열렸다. 초기에는 소상공인들이 ‘현대백화점의 아울렛 진출 철회’ 주장을 고수했지만, 중소기업청의 설득으로 마침내 양측은 상생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박상준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 부장은 “앞으로 로데오 상점가의 브로슈어 제작을 지원하고, 현대시티몰의 공식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온라인 이벤트도 함께 열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와 기대 뒤섞인 로데오거리

브랜드 할인점으로 알려진 문정동 로데오거리는 1990년대 주말 쇼핑객이 4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여주와 이천 등 수도권 곳곳에 아울렛 매장이 생기면서 희소성이 떨어졌다. 2010년에는 가든파이브에 NC백화점이 들어서면서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대시티몰의 입점 확정 소식이 전해진 15일 로데오거리 상점가에는 여전히 우려와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종덕 문정동로데오조합 이사장은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었다”며 “약속한 상생방안들이 잘 이행돼 서로 신뢰관계가 쌓여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ING 문정점의 김장순 대표는 “7~8년 전만 해도 대로변 1층 아웃도어 매장은 권리금이 2억5000만~3억원(계약면적 82㎡ 기준)에 달했는데 이젠 권리금 없는 곳이 태반”이라며 “여전히 상인들은 현대몰 때문에 손님이 더 줄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권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박재범 NY핫도그커피전문점 매니저는 “‘유령상가’로 불리던 가든파이브에 현대몰이 들어오면 젊은 세대와 위례신도시, 성남시, 하남시 등지의 쇼핑객들이 몰려오지 않겠느냐”며 “공동마케팅을 한다는데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한 아웃도어용품 전문점 대표는 “양측이 중복 브랜드를 최소화하기로 한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문혜정/조아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