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승무원을 태우려고 강제로 승객을 끌어냈다가 미 의회 조사까지 받게 됐다. 승객을 짐짝처럼 끌어내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며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나이티드항공의 세 가지 잘못이 위기를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초기대응에 거짓말이 섞여 있었던 점, 소셜미디어 효과를 얕잡아보고 제대로 소통하지 않은 점, 기존에도 승객 차별로 구설에 올랐는데 무(無)대책으로 일관한 점이다. 이정연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나이티드항공은 고객만족보다 비용 감축에 집중하는 등 실적 중심의 기업문화를 지닌 곳”이라며 “이런 문화가 승객 경시로 이어져 위기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두 번의 거짓말

소동이 벌어진 건 지난 9일 미국 시카고 오헤어공항에서다. 켄터키 루이빌행 유나이티드 3411편에서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데이비드 다오(69)가 공항 경찰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오는 일이 발생했다. 회사 측은 오버부킹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무작위로 하차할 승객 네 명을 정했고, 한 명이 거부하자 경찰을 불렀다고 밝혔다. 회사 대변인인 찰리 호바트는 AP통신에 “우리는 정당한 절차를 따랐다”고 말했다.

이 설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회사 측이 늦게 도착한 승무원을 태우려고 티켓을 사서 정당하게 탑승한 승객을 끌어내렸다’고 보도했다. 오버부킹 문제가 아니었다. 전희준 건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버부킹은 승객이 기내 탑승하기 전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며 “탑승한 승객을 강제로 내리게 한 건 전적으로 항공사 측 잘못”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회사는 승객을 하차시키기 위해 공항 경찰에게 소동이 발생했다고 거짓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작위로 골랐다는 하차 대상에 상대적으로 탑승객 비중이 낮은 아시아인을 포함한 탓에 인종차별 혐의도 추가됐다.

◆SNS 시대 커뮤니케이션 소홀

소셜미디어를 타고 비판 여론은 일파만파 커지는데 대응은 너무 느렸다. 오스카 무노즈 최고경영자(CEO)는 10일 임직원에게 “승무원들은 규정을 따랐다”며 “계속 과감하게 행동할 것을 권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11일에야 “어떤 승객도 이렇게 잘못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고 꼬리를 내렸다가 12일 미국 ABC방송 인터뷰에선 “시스템이 문제였다”고 말을 바꿨다.

위기관리 컨설팅 업체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정용민 대표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 퍼졌지만 정작 CEO는 종이로 된 보고서를 받고 단순하게 받아들였을 수 있다”며 “사람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반응을 내놔 더 많은 화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승객 경시 기업문화 방치

이 회사는 승객을 인종·종교·성(性) 등으로 차별했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은 전력이 여러 번 있다. 2013년 10월엔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를 조롱하는 듯한 사진을 승무원들이 인터넷에 올렸다가 논란이 됐다. 2015년 6월에는 음료수를 요구한 무슬림 여성에게 “캔이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가 비판받았다. 지난달엔 ‘레깅스를 입고 탑승하는 것은 규정에 어긋난다’며 10대 소녀 두 명의 탑승을 거부해 도마에 올랐다.

제때 이런 문화를 고치지 않아 큰 위기에 처하게 됐다. 미국 상원의 존 툰 상무위원장 등 중진 의원 4명은 11일 유나이티드항공과 시카고 공항당국에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버부킹으로 승객을 퇴거시키는 것과 관련한 규정 및 승객이 이미 탑승했을 때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질의했다.

불매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선 유나이티드항공을 조롱하는 해시태그 달기(#boycottunited)가 퍼지고 있다. 지주회사인 유나이티드콘티넨털홀딩스 주가는 11일 장중 최대 4%까지 빠졌다가 1.13% 하락 마감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불행한 사건”이라며 “회사 측과 법 집행당국 모두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