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아파트가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있다. 그동안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 넓은 아파트 신규 분양 비율이 시장 전체 공급량의 1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희소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가격 부담도 줄었다. 수도권 공공택지에서는 단위 면적당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주변 인프라 조성이 마무리 단계여서 생활하기 편리하다. 전문가들은 집을 넓혀 이사하고 싶은 실수요자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중소형에 밀렸던 중대형아파트 '귀하신 몸'
◆중대형 ‘희소성’ 부각

1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 공급된 아파트 51만5886가구 중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는 3만8996가구에 그쳤다. 전체의 7.6%에 불과했다. 2007년 전체 분양 물량(29만402가구)의 36.5%(10만5996가구)가 전용 85㎡ 초과 아파트이던 것과 비교하면 급감한 수치다.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고 오랜 기간 소형 아파트가 주로 시장에 나오면서 집을 넓혀 이사 가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쌓였다.

그러나 대형 아파트 공급이 적거나 아예 없던 신도시 및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공공택지 아파트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계획적으로 개발을 추진하기 때문에 공원,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다. 여기에 각종 편의시설과 학교, 도서관 등 공공시설도 들어와 살기 좋다. 공공택지는 민간 택지와 달리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분양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중대형 아파트는 3.3㎡당 가격이 중소형에 비해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공공택지지구 중대형, 합리적 분양가

2012년 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보금자리 A6블록에서 공급된 ‘래미안 강남 힐즈’가 대표적이다. 2014년 입주한 이 단지는 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지구) 내 첫 민간 브랜드로 나왔다. 전 가구가 전용 92·101㎡ 중대형이다. 분양 당시 총 1020가구 모집에 3621명이 몰려 평균 3.5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전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최근에는 전용 101㎡ 시세가 12억~13억원 선으로 분양가 대비 4억원가량 올랐다.

공급 과잉 우려와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으로 주택시장이 급랭한 작년 12월 호반건설이 내놓은 ‘시흥목감 호반베르디움 3차’도 목감지구에서 최초로 선보인 중대형 아파트였다. 409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862명이 신청해 평균 2.1 대 1의 양호한 청약 경쟁률을 보이며 순위 내 마감됐고, 계약도 한 달 만에 끝났다.

올 상반기에도 수원 호매실지구와 평택 소사벌지구 등 그동안 중대형 공급이 부족했던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중대형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한양은 이달 수원 호매실지구 C-3블록에 짓는 ‘한양수자인 호매실’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5층 15개동, 총 1394가구다. 전용 84·97㎡로 구성했다. 전용 97㎡ 544가구가 포함된다.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과 금곡동 일원에 조성 중인 호매실지구에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1만5606가구가 공급됐는데 이 중 중대형 비중은 4.7%(726가구)에 불과하다.

포스코건설은 평택 소사벌지구 C1블록에 ‘소사벌 더샵’을 내놓는다. 전용 89~112㎡ 817가구다. 소사벌지구는 주변 민간택지와 달리 공공택지다. 이 단지는 소사벌지구 내 유일하게 전용 85㎡ 초과 주택형으로만 구성했고, 대형 건설사가 공급하는 메이저 브랜드인 점이 특징이다.

◆수원, 하남, 평택 등 중대형 공급 예정

하남 미사강변도시에서도 중대형 공급이 예정됐다. 2011년부터 아파트 분양을 시작한 하남 미사강변도시에선 2만8502가구 중 중대형이 4496가구로 전체의 15%를 차지한다. 호반건설은 미사강변도시 C2블록에서 ‘미사강변도시 호반 써밋플레이스’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 97~153㎡ 846가구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미사역(예정)과 가까운 초역세권 단지다. 미사강변도시 A33블록에서는 제일건설이 ‘하남미사지구 제일풍경채’를 공급한다. 전용 84~99㎡ 713가구다.

한양은 오는 6월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C2블록에 ‘다산신도시 한양수자인’ 291가구도 공급할 예정이다. 전용 97㎡ 단일 주택형으로 구성했다. 다산신도시가 조성되는 남양주시 진건읍, 지금동, 도농동 일대에서는 2009년 이후 9100여가구의 아파트가 시장에 나왔는데 전용 85㎡ 초과 중대형 물량은 700가구로 전체의 7.6%에 불과하다.

분양 대행사인 프런티어마루의 이정인 본부장은 “중대형 아파트 단지는 공공택지 안에서도 입지가 좋은 편이어서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자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집을 넓혀 이사하려는 수요자라면 택지지구에서 중대형 아파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