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6일부터 '마이너스 금리' 시행…하루짜리 콜 한때 0% 금리로 거래
일본에서 16일부터 마이너스 금리 제도가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 첫날 금융회사 간 단기 자금을 거래하는 콜시장에서 하루짜리 금리가 10년 만에 연 0%까지 떨어졌고, 국채금리도 하락했다.

이날부터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지급준비금을 초과해 신규로 예치하는 자금에 연 0.1%의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된다. 시중은행이 보유하는 자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대신 대출 등을 통해 시중에 공급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라는 취지에서다.

이날 금융회사 간 자금을 중개하는 도쿄단자에 따르면 하루짜리 콜금리는 오전 한때 0%에 거래됐다. 전날 연 0.074%(가중평균)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루짜리 콜금리가 0%를 기록한 건 2006년 2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은행들이 남는 돈을 일본은행에 맡기면 수수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공짜로라도 자금이 필요한 금융회사에 넘기려 했기 때문이다.

국채시장에서 새로 발행된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연 0.04%로, 전날보다 0.04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9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거래된 적이 있었지만 최근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일시적으로 반등했다. 이날 재무성이 실시한 20년 만기 신규 국채입찰에서는 평균 낙찰금리가 연 0.786%로, 2003년 6월의 연 0.788%를 깨고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앞으로 실물 경제와 물가 면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일본은행 총재의 설명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사히신문이 13~14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기대할 수 없다’(61%)가 ‘기대한다’(13%)를 크게 웃돌았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따른 통화 약세 효과도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다. 샤를 상 아르노 노무라증권 외환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지연되면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국가들의 통화가 오히려 절상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