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배출가스 조작한 폭스바겐에 최대 900억달러 민사소송
미국 법무부가 4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을 상대로 최대 900억달러(약 107조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폭스바겐이 약 60만대의 디젤 차량에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 배출가스량을 조작해 대기를 오염시키고 미국민의 건강을 위협했다는 혐의다.

미 법무부는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통제체계를 함부로 변경하고, 관련 규칙 위반 보고를 소홀히 하는 등 청정공기법 4개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신은 혐의가 인정되면 폭스바겐은 이론적으로 최대 900억달러 규모의 벌금을 물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폭스바겐이 2014년에 올린 매출의 약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수치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차량 수 60만대와 위반한 조항 건수 4개, 그리고 각각의 위반에 해당하는 벌금 3만7500달러(약 4450만원)를 곱한 값이다.

작년 9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이와 같은 위반 행위로 폭스바겐이 180억달러(약 21조3500억원) 이상의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EPA가 해당 차량의 리콜을 발표한 이후 폭스바겐이 조작 사실을 시인한 만큼 정부가 어렵지 않게 승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벌금 규모는 소송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지만 큰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폭스바겐은 65억유로(약 8조4000억원)의 충당금을 마련하고 투자 규모도 축소했다. 하지만 벌금이 최대 9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PA는 지난해 9월18일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행위를 포착하고 폭스바겐이 미국 환경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2009년부터 디젤 차량에 불법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해당 차량이 EPA의 배출가스 기준을 넘는다는 사실을 숨겼다. 이 소프트웨어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인식할 때는 배출가스인 질소산화물을 기준치 이하로 배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주행시에는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은 EPA의 배출가스 기준을 40배나 초과하는 수치였다.

미국 법무부 관계자는 “차량의 품질에 대한 공적 신뢰를 깬 폭스바겐은 국민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경쟁업체에 해를 끼쳤다”며 “폭스바겐이 고의로 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EPA 관계자는 “이번 소송으로 폭스바겐의 불법 공해 유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며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데 한 발 더 내딛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 폭스바겐의 리콜 협상은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지 못했다”며 “리콜 협상은 소송과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법무부의 고위관계자는 폭스바겐이 미국 국민과 당국을 상대로 사기를 저질렀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에 따라 폭스바겐은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폭스바겐은 미국 국무부가 제기한 이번 소송 외에도 소비자와 딜러, 투자자들의 개인 소송을 앞두고 있어 기업 이미지와 재정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