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포커스] LG전자, 작아지는 존재감…증권가 '전략' 부재 질타
LG전자의 2분기 성적표를 확인한 금융투자업계가 일제히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될 만한 신호가 보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LG전자의 부진은 단순한 업황 불안이나 경쟁 심화 차원이 아닌 사업 전략 자체의 문제와 관련 있다는 게 투자업계의 지적이다.

◆ TV·스마트폰 부진에 영업이익 급감

LG전자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조9256억원, 244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8% 줄었고, 영업이익은 60% 급감한 수준이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2분기 영업이익은 3400억원 가량으로, '어닝 쇼크'(실적 충격)란 평가가 나왔다.

실적 악화의 원인은 주력 제품인 TV와 스마트폰 부진이다.

TV를 맡고 있는 HE사업본부가 82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G4 스마트폰 출시에도 불구하고 2억원의 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가전 사업을 하는 HA 사업본부만 291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선방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의 통화 약세와 수요 부진 등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이를 타개할 LG전자 내부의 '전략'이 부재하다는 걸 더 큰 문제로 지적했다.

강봉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30일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3000억원 내외로 발생한 환차손이 이번 분기에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경쟁 격화와 이로 인한 수요 부진이 저조한 실적의 요인이지만 이를 헤쳐갈 전략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LG전자의 존재감이 위축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브랜드 재건을 위해선 스마트폰과 TV, 가전의 프리미엄 전략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우려되는 점은 마케팅 투자 대비 개선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조 연구원은 또 스마트폰과 관련해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과 하드웨어(기기) 확장성이 매년 좋아지고 있다"며 "이는 또 다른 하드웨어 경쟁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 측은 그러나 전날 가진 기업설명회(IR)에서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에 대한 질문에 "브랜드 힘이나 특허, 품질 등에서 아직 선진 시장에선 의미있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사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에 대해선 "아이폰6가 화면 크기를 키워 안드로이드폰 진영을 잠식한 탓"이라고 돌렸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산업 상태계는 게임의 규칙이 변하고 있다"며 "LG전자 역시 고전적인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전략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 하반기와 내년 실적 전망도 우울

전문가들은 글로벌 사업 환경은 최악 상황을 지나고 있지만 LG전자의 내부 전략이 재정립되지 않는 한 의미있는 실적 개선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혜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체질 개선을 이루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며 "펀더멘탈(기초체력)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업 전략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투자업계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LG전자의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목표주가도 줄줄히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하반기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60%, 11% 낮추고 목표주가를 6만원에서 4만8000원으로 조정했다.

하나대투증권도 실적 개선 전까지는 투자자의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목표주가를 6만8000원에서 6만2000원으로 내렸다.

한국증권은 7만5000원에서 5만5000원으로, NH투자증권은 6만3000원에서 5만5000원으로 눈높이를 낮췄다. NH투자증권은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도 28%, 19% 하향 조정했다.

KTB투자증권은 최근 주가 하락으로 LG전자의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평가)이 역사적 최저 수준이지만 변화의 촉매제가 없다며 목표주가를 5만70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내렸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