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당일까지도 위임가능, 대면설득 나설 듯

"한 표 한 표가 굉장히 중요한 상황입니다. 많은 주주들이 지원해주시고 있는데 남은 이틀 동안 계속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장기적으로 합병이 주주 가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영하겠습니다. 저희를 꼭 지지해주셨으면 합니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이 지난 15일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지원을 호소했다.

'플랜B는 없다'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엘리엇이 합병 주총을 무산시키려 합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미래가 방해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주식 단 한 주라도 위임해 주시면 큰 힘이 되겠습니다."

삼성물산은 지난 13일에는 신문과 방송, 온라인 등에 대대적으로 광고도 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맞서 합병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전하고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했다.

절절한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광고 게재 후 이틀 동안 약 5천500명의 삼성물산 주주들이 의결권 위임 의사를 전했다.

삼성물산은 건설·상사부문 구분없이 태스크포스(TF)와 일종의 상황실 개념인 워룸(war room)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삼성 계열사 등에서 IR 업무를 맡았던 전·현직 지원들까지 지원 사격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안 의결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16일까지 삼성물산은 24.33%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에게 합병의 청사진을 설명하는 자료와 함께 의결권 위임 서류를 우편으로 발송한 데 이어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해 위임을 설득하고 있다.

임직원부터 평사원까지, 가용한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대면 설득 작업을 펼치는 것이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삼성물산 측 직원이 직접 찾아왔다'는 글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 친인척 등의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찬성 위임은 주총 당일 오전 9시까지 가능해 설득 작업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서는 합병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면서 주총 참석률이 8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참석률을 80%로 가정할 경우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인 지분 53.3%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합병이 성사된다.

11.21%의 지분을 가진 1대 주주 국민연금과 우호지분인 삼성그룹 특수관계인 13.82%, KCC 5.96% 등 찬성 주주는 30.99%까지 높아진다.

다른 국내 기관들도 1∼2곳을 제외하고는 찬성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찬성표는 약간 모자란 상황이다.

삼성이 막대한 물량의 광고를 내고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니며 공을 들이는 이유다.

앞서 삼성물산 측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 작업을 해왔다.

또 엘리엇의 공세에 맞서 적극적으로 반박 자료를 내거나 '뉴삼성물산' 등 새 홈페이지를 개설, 합병의 당위성을 알리는 등 장외전을 펼쳤다.

지난달 30일에는 제일모직의 긴급 IR를 열고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엘리엇 측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결집력을 높이는 동시에 '삼성물산 소액 주주들에게 보내는 성명' 등을 통해 합병안 반대 동참을 호소했고, 삼성과의 법정 공방도 이어가고 있다.

15일에는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물산 주주들이 지금 당장 행동을 취해 합병안으로 인해 투자재산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를 촉구한다"며 "저평가된 삼성물산의 주식이 미래가치가 매우 투기적이고 불확실한 제일모직의 주식과 억지로 교환되는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길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전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엘리엇은 13일에는 "폴 싱어 회장이 한국에 대해 오랫동안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며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서울 상암경기장 앞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