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신은희 닐슨코리아 대표 "자회사 통합 시너지 위해 인사평가에 협업 비중 높였다"
신은희 닐슨코리아 대표(51·사진)는 1992년 미국 유타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1년여간 연세대 등 국내 대학에서 강의하며 교수 자리를 알아보던 그는 어느 날 ‘더 바쁘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신 대표의 박사학위 분야는 조사·평가방법론이었다. 그는 “연구 결과를 학문적으로만 두는 것보다 비즈니스에 응용하는 것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교수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대학과 달리 직장에선 선배와 후배가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서로 역량을 키운다는 점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신 대표는 국내 최대 시장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에 입사 지원서를 냈다. 학계에서 산업계로, 그의 인생을 바꾼 큰 도전이었다. 1995년 무렵은 마침 국내 기업들이 해외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시기였다. 동유럽 진출을 시도하고 있던 대우자동차에 현지 시장조사를 제안했고, 프로젝트를 따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업무는 당시 국내 시장조사업체들에 새로운 분야였다. 신 대표는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의 해외 진출을 도우며 이 분야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그의 능력을 알아본 회사는 소매·유통, 컨설팅 등 주요 부서에 순환 근무를 시켰으며 입사 12년 만인 2007년 최연소이자 첫 여성 대표가 됐다. 2008년부터는 닐슨재팬도 총괄하고 있다.

대표에 오른 지 5년 만인 2012년, 신 대표는 또 한 번 큰 도전에 나섰다. 광고 분석, 온라인 행태 조사, TV 시청률 등 부문별로 쪼개져 있던 자회사를 본사로 합병한 것이다. 본사의 주요 사업인 소매유통·소비자 조사 기능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시도였다.

신 대표는 “예컨대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대형마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걸 소매유통만 봐선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소매유통과 온라인 행태를 함께 분석하고 그에 맞는 광고 전략까지 제시하는 통합 솔루션이 주요 고객인 유통업체나 제조업체에 훨씬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물리적인 결합은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통합 효과를 내는 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왜 내가 남의 부서 일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는 직원들의 소극적인 자세였다.

신 대표는 팀장급 이상의 평가 방식부터 바꿨다. 평가에서 각 팀의 성과가 차지하는 비중을 50% 아래로 내리고, 다른 팀과의 협업에 따른 성과 비중을 그만큼 높였다. 각 팀에서 가장 일 잘하는 직원을 1순위로 다른 팀에 보내는 방식의 인사 순환 시스템도 도입했다. ‘우리 팀의 인재’가 아니라 ‘회사 전체의 인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신 대표는 “구성원들의 자세가 바뀌는 것은 제도보다는 역시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사에 통합 컨설팅을 제안했을 때 훨씬 더 반응이 좋다는 것을 직원들이 직접 확인하면서 다른 부서와의 공동 작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쪽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