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업체에 '경계심'…"겉모양 좋아졌지만 내구성은 지켜봐야"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이 21일(현지 시간) 중국 로컬업체의 저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현지에서 외국 합자 브랜드의 승용차 수요를 잠식하고 있다면서 급부상하는 현지 메이커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날 상하이 모터쇼 행사장을 찾은 이 부회장은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참가 업체의 SUV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시간을 보냈다.

특히 현지업체의 SUV에 대해 판매량이나 가격 등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장안기차의 CS 75와 CS 35 차량의 운전석에 앉아 10분 가까이 내부를 살펴봤다.

BYD의 전시관에서는 '당', '송', '원' 등 중국 왕조의 이름을 딴 차량의 내부를 손으로 두드리거나 라디에이터 그릴을 꾹꾹 눌러보기도 했다.

시트로앵의 에어크로스나, 닛산의 무라노, 도요타의 하이랜더 등 유럽이나 일본의 SUV도 꼼꼼히 살펴봤다.

이 부회장은 기자들을 만나 중국 시장이 승용차에서 SUV로 이동하고 있는데 로컬업체가 이 트렌드를 이끌면서 SUV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지 업체의 차량에 대해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눈에 보이는 부분은 많이 좋아졌다"고 평했다.

실제로 모터쇼 전시장에서는 랜드로버를 쏙 빼닮은 중국 업체의 SUV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어떻게 우리 차 반값으로 팔고 이익을 낼 수 있을지 연구해봐야겠다"면서 "겉모양은 많이 좋아졌는데 내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차가) 주저앉지는 않는지 나중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품질 측면에서는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리와 같은 조건에서 테스트해 보면 차이가 많이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빠르게 성장한 현지 업체로 '장안'과 '장성'을 지목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장성과 장안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5%와 29%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반값 SUV가 합자 브랜드의 승용차를 잡아먹고 있다"면서 "로컬 SUV와 합자 브랜드 승용차의 가격이 같으니 (소비자가) 더 큰 SUV를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중국의 SUV 전문 브랜드 하발의 H2는 최저 사양 가격이 약 10만 위안(약 1천800만원)으로 19만 위안이 넘는 혼다 CR-V의 반값 수준이다.

이 부회장은 또 중국에서 합자회사는 지분율이나 투자 측면에서 제한을 받지만 로컬업체는 이같은 제약이 없어 유리하다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