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하나·외환은행의 합병을 주도한 핵심 임원들의 사표를 전격적으로 수리하면서 하나금융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지난달 19일 조기 합병 절차를 중지해달라면서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법원은 오는 6월 말까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조기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와 의결권 행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이우공 부사장(통합추진단장)과 정진용 준법담당 상무는 최근 법원 결정에 대해 대응이 미비했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또 외환은행의 기획관리그룹 담당 임원인 주재중 전무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일단, 하나금융 측은 주 전무를 보직 해임했으나 사표는 곧 수리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 결정에 김정태 회장, 금융당국 책임론도
이번 법원의 결정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경영진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이런 시나리오를 예상하지 못한 이들 임원 3명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은 해당 임원들이 자진 사임의 형식을 취했으나 '사실상의 해임'으로 보고 있다.

예정 합병기일이 애초 2월 1일에서 3월 1일로, 또 4월 1일로 이미 두 차례 미뤄진 데 이어 이번 사태로 연내 합병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다.

김정태 회장과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나온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책임을 묻겠다면 지주 회장이 먼저"라면서 "합의서를 위반하고 무리하게 합병 절차를 강행한 것은 결국 지주 회장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 회장은 내달 27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3년 연임을 시도할 계획이다.

당국 책임론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지난달에 제기한 하나·외환은행 통합 예비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금융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적법한 행정행위였다"면서 "책임론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개각을 앞둔 시점에 이번 사태가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17 노사합의를 무시하고 사측 입장에서 통합절차를 종용해온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의 문책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금융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이 문제로 금융당국의 수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노조가 정부인사에 개입한 꼴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으로서 당국이 할 일은 없다"면서 "양측에서 어떤 중재요청이 들어와도 개입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 합병 새판짜기 돌입…내주 하나은행장 선임
하나금융은 새로운 마음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하나·외환은행의 합병에 대한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전략담당(CSO) 임원과 준법감시인에 각각 박성호 전무와 권길주 전무를 선임하고, 곽철승 상무를 재무담당(CFO) 임원으로 앉히면서 합병 추진 업무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이날 오후에는 그룹임원후보추천회를 소집해 하나은행장 추천을 위한 1차 회의를 개최한다.

임원후보추천회는 이날 하나은행장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하고, 내주 안에는 하나은행장을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은행장 직무대행 체제다.

그간 외환은행과 곧 합병이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공식 행장 선임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병 예정기일이 또다시 연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면서 더는 은행장을 공석으로 놔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은행장을 선임하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현재 하나은행은 김종준 전 행장이 임기 도중에 물러난 뒤 작년 11월 4일부터 김병호 부행장이 행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현재로서는 김 행장 직무대행이 은행장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나금융은 법원의 이번 가처분 결정에 대해 조만간 서울중앙지법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금융위에 제출했던 하나·외환은행 통합 예비인가 승인 신청을 전날 철회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홍국기 기자 redflag@yna.co.kr